청와대에서 북악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10일 전면 개방됐다. 이른바 '김신조 사건' 이후 출입이 통제됐던 북악산이 54년 만에 국민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문화재청은 이날 오전 6시 30분 청와대 춘추문 앞에서 인근 주민 약 160명을 초청한 개방 기념행사를 열었다. 오전 7시 춘추문 옥상에 설치된 큰 북이 세 번 울리고 춘추문이 열리면서 등산객의 입장이 이뤄졌다. 이날 정오 청와대 경내 개방에 앞서 청와대에서 시작해 북악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가 먼저 열린 것이다.
이번에 개방되는 북악산 등산로는 청와대 동편 춘추관에서 백악정까지 이르는 800m 구간과 서쪽 칠궁에서 백악정까지 600m 구간이다. 백악정부터는 이전까지 굳게 닫혀 있었던 대통문, 서울 시내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를 잇는 짧은 순환 코스를 걸어볼 수 있다.
북악산은 1968년 1월 남파 무장공작원들이 청와대 습격을 시도한 김신조 사건으로 일반인이 오를 수 없었다. 2006년 노무현 정부에 이르러서야 홍련사~숙정문~촛대바위 1.1㎞ 구간이 열렸고, 2007년 와룡공원~숙정문~청운대~백악마루~창의문 4.3㎞ 구간을 오가는 게 가능해졌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1월 북악산 북측의 곡장과 청운대, 평창동 구간을 개방했고, 지난달 숙정문과 청운대, 삼청동으로 연결되는 남측 지역까지 추가 개방하면서 거의 전 구간을 열었지만 청와대에서 북악산으로 이어진 길은 열리지 않았다. 이날 청와대에서 가장 가까운 북악산 남측 구간까지 열리면서 북악산 전체가 완전 개방됐다.
청와대 경내에서 이어지는 새로운 북악산 등산로는 별도의 신청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북악산 지역은 여전히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구역이다. 지정된 탐방로를 준수해야 하고, 드론 비행과 촬영이 금지된다. 산불 예방을 위해 라이터, 성냥 등 인화물질 휴대나 탐방 중 흡연·음주는 불가하다. 자연공원법에 따라 반려견 동반 출입도 제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