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현재 성평등 전담 부처인 여가부를 인구문제 중심 부처로 개편하겠다는 방향을 내심 정해둔 것으로 보인다. 여성인권보다 저출산, 보육 등에 초점을 맞춰 인구 및 가족 정책을 챙기겠다는 뜻이다.
10일 여가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11일 열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의원들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김 후보자는 "여가부 폐지 공약에 동의하며,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부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발혔다. 그 이유로 "무엇보다 인구, 가족, 아동 문제를 챙기며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젠더갈등과 청년세대의 어려움을 풀어나갈 수 있는 부처의 새로운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후보 때 정책특보로 여가부 폐지와 저출산·고령화 관련 정책 부분을 담당했다. 윤 대통령이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여가부 폐지는 더불어민주당과 여성단체 등의 반대로 새 정부 국정과제에서 빠지면서 잠정 유예된 상태지만, 정작 후보자 본인은 폐지를 염두에 두고 장관직을 받은 셈이다.
다만 구체적인 조직개편 방향성이나 폐지 시기에 관해선 말을 아꼈다. 여가부를 없애겠다면서도 구조적 성차별을 인정하는 등 몇몇 답변에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 성별임금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크며, 유리천장 지수는 최하위 수준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정치적 대표성이 낮고 경제활동 차이가 있어 세계성격차지수(GGI)가 낮은데, 이를 해소하려면 국회 여성 비율을 높이는 한편, 경력단절 문제 등에 대한 해소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가부 권한이 약해 타 부처와 일부 중복되는 가족, 보육, 청소년 정책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는 지적에는 "여가부는 가족, 청소년 정책 주무부처이고 보육정책 또한 추진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타 부처 권한을 받아 컨트롤타워 역할을 충분히 맡을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여가부 폐지 방향성에 관해선 "조직을 운영하면서 여가부 문제점을 파악하겠다"며 "기능과 역할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중요한 만큼 시간을 특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문재인 정부 시기 여가부 평가에 대해서는 젠더폭력 피해자, 한부모·다문화가족, 학교 밖 청소년 분야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젠더갈등 해소 미흡,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미온적 대처 등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당시 "보호 주무부처로서 여가부의 조치가 미흡했고,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지칭하는 2차 가해를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