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를 인큐베이팅한다.' 주로 벤처나 창업과 붙을 법한 '인큐베이팅'이 '아티스트' 옆자리에 놓였다. 예술가의 시작(스타트)과 성장(업)을 함께하고자 하는 스타트업 아츠클라우드가 지향하는 바다. "자신을 소개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예술가가 정말 많죠. 특히 대중과 소통하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는 청년 예술가들에겐 멘토링, 매니징을 하는 스타트업이 꼭 필요하겠다 싶었어요."
최근 서울 성동구 언더스탠드애비뉴에서 만난 김보형(32) 아츠클라우드 대표의 말이다. 그는 2016년 공익문화공간으로 문을 연 언더스탠드애비뉴의 공간 기획을 했다.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서 일하던 당시 예술가들과 교우하면서 자연스레 이들을 위한 아츠클라우드 창업으로 이끌렸다. 공간기획자와 미술을 전공한 큐레이터,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경험이 있는 프로듀서 등이 뭉쳐 만든 아츠클라우드는 2019년 그렇게 시작됐다.
아츠클라우드는 MZ세대 작가를 발굴·육성하고 이들의 지속가능한 작품 활동을 돕는 게 목표다. '온라인상 갤러리'를 자처하는 셈이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올 하반기 오픈이 목표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MZ 예술가의 경우 처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작업을 시작하기 쉽다는 점에서 아츠클라우드가 메타버스와 NFT(대체 불가능 토큰)에 눈을 돌린 건 당연했다. 복제가 쉽고, 원본성이 없는 디지털 작품에 좌표를 찍어주는 게 NFT다. 블록체인 기술로 작품에 대한 소유권을 기록하는 이른바 '디지털 진품 증명서'로써 NFT를 활용해 궁극적으론 예술가도 작곡가처럼 저작권료를 받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메타버스 플랫폼은 그 출발점이다. 김 대표는 "좋아하는 작가의 NFT를 사고, 그걸 자랑하고, 보여주고, 커뮤니티를 이룰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들려 한다"며 "MZ 컬렉터와 예술가의 플레이 그라운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음원 플랫폼 멜론처럼 NFT 작품을 나만의 메타버스 공간에서 바꿔 걸면서 스트리밍하듯 감상하는 서비스도 구상 중이라고 했다. "디지털 작품은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향유되고, 서비스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기술보단 사람에 방점을 찍는다. '암호화폐에 기반한 파생상품' 아니냐는 NFT 아트에 대한 미술계 우려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는 "NFT는 디지털 아트 작품을 소비하고, 상품화할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일 뿐이라 본다"고 했다. 아츠클라우드는 NFT 투자 열풍에 동참하는 데는 거리를 둔다. 돈을 벌려고 했다면 일찌감치 대열에 동승했을 거다. 김 대표는 "급하게 들어가기보단 천천히 시장을 보고 있다"고 했다. NFT 시장에 대해선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버블이 빠지는 조정이 있은 다음엔 가상화폐 투자자뿐 아니라 전통적인 아트컬렉터와 MZ세대가 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라며 "플레이어가 많아지면 시장은 확장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츠클라우드는 예술을 뜻하는 아트와 클라우드 플랫폼을 합친 말이다. 예술이 모이는 플랫폼이란 의미다. "예술의 장벽을 낮춰 일상에서 누구나, 어디서나 예술을 창작하고 향유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아츠클라우드는 '온라인 먼저'가 원칙이지만 작가와 대중의 직접 만남의 필요성을 느껴 오프라인 플랫폼을 만드는 데도 힘쏟고 있다. 언더스탠드애비뉴에서 오는 31일까지 열리는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가 대표적이다. 공모전을 통해 추린 국내외 작가 100팀과 활발히 활동 중인 미디어아티스트 8명의 작품을 선보이는 대규모 디지털 아트페어다. 전시가 끝나면 온라인으로도 다시 선보일 예정이다.
아트 상품을 판매하고,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아뮤제' 1호점도 지난달 제주에 문을 열었다. '예술과 놀 수 있는 공간'이 될 이곳에선 지금 '미켈란젤로 인 메타버스' 전시가 한창이다. 지난해 아츠클라우드가 주최한 '신의 예술가, 미켈란젤로 특별전'을 리뉴얼한 것이다. 9월 25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