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배웅받은 문 대통령 "다시 출마할까요?" 지지자들 "네!"

입력
2022.05.0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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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마지막날 '평소처럼' 업무 수행
퇴임 연설서 "위대한 국민과 함께해 영광이었다"
시민 1만여명 박수로 맞이
10일 윤 대통령 취임식 참석 후 양산행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의 임기를 마치고 ‘보통 사람’으로 돌아갔다. 9일 저녁 청와대에서 걸어 나온 문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향해 “많은 분들이 저의 퇴근을 축하해주니 저는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나란히 선 김정숙 여사를 돌아 보면서 "앞으로 제 아내와 ‘정말 보기 좋구나’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잘 살아보겠다”고도 했다.

임기 말까지 40%대의 지지율을 지킨 문 대통령은 ‘레임덕(임기말 권력 누수) 없는 지도자’의 기록도 썼다.

활짝 웃은 문 대통령 “다시 출마할까요?”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오후 6시 청와대 정문을 나와 '퇴근'했다. 5년 임기의 끝을 알린 순간이었다. 청와대 앞 분수대에는 1만여 명의 지지자들이 운집해 “사랑해요” “감사해요”라고 외치며 뜨거운 애정을 확인했다. 청와대 참모들과 전·현직 장관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문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문 대통령은 감회에 젖은 표정으로 지지자들에게 다가가 양손을 맞잡고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감격한 표정을 지으며 청와대 사랑채 앞에 마련된 연단으로 뛰어 올랐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다시 출마할까요?” 문 대통령의 첫 마디였다. 또 “대통령으로 일하는 동안 첫 퇴근인데, 동시에 마지막 퇴근이 됐다”며 “마지막 퇴근을 하고 나니 정말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것 같아 홀가분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중에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여러분 덕분에 잘 극복할 수 있었고 위기 속에서 더 큰 도약을 이룰 수 있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제가 성공한 대통령이었느냐”고 묻자 지지자들은 큰 소리로 “네!”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감사하다. 성공한 전임 대통령이 되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 내외는 약 30분에 걸쳐 지지자들과 악수한 뒤 차량에 올라 청와대를 벗어났다.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청와대를 하루 먼저 비워 주기 위해서였다.


외국 외교사절 만나면서 평소처럼 업무 수행


문 대통령은 이날 평소처럼 업무를 수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김 여사와 함께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방명록에 "더 당당한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과 왕치산 중국 국가 부주석을 차례로 만나 한반도 정세를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왕 부주석에게 “양국 관계에 더 큰 발전이 있기를 바란다”고 했고, 왕 부주석은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한 것을 높이 평가하고,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함께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답했다.


“국민 여러분께 무한 감사” 소회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퇴임 연설을 통해 지난 5년을 돌아봤다. 문 대통령은 “국민 모두의 행복을 기원하며 성공하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응원하겠다”고 했다. “나라다운 나라를 요구한 촛불광장의 열망에 우리 정부가 얼마나 부응했는지 숙연한 마음이 든다”며 회한도 드러냈다.

윤석열 정부를 향해선 ‘성과 계승’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전 정부들의 축적된 성과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더 국력이 커지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길 기원한다”고 했다. 아울러 “선거 과정에서 더욱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며 국민 통합의 길로 나아갈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성공의 길로 더욱 힘차게 전진할 것”이라며 국민 통합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서울 시내 모처에서 국방부 등과 연결된 핫라인을 통해 10일 0시까지 군 통수권을 행사한다. 이어 10일 국회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KTX를 타고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로 향한다.

문 대통령은 앞서 “퇴임 후 잊힌 삶을 살겠다. 보통 사람들의 삶처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친(親)문재인계 진영의 구심점인 문 대통령이 정치권에 소환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