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292표 차... 목포의 눈물, 이번엔 누가 흘리려나

입력
2022.05.13 04:00
19면
<격전지를 가다>  ⑤전남 목포시
전·현직 시장 고소·고발 주고받으며 혈전
김종식 "목포 신안 행정통합 광역경제권"
박홍률 "청년이 찾는 국제 해양관광도시"


"이번엔 옷 색깔 안 보고 인물만 보고 찍을 거야."

9일 전남 목포시 선창가를 찾았다. 어선을 손질하는 주민들도 지방선거 얘기를 화제로 올렸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선에서 졌는데도 경선·공천을 보니까 원칙도 기준도 없어.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 김복일(71)씨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김성미(65)씨가 한마디 거든다. "후보자끼리 고소·고발도 모자라 모함하고 비방하고 말도 아니야. 이번만큼은 끝까지 고민하고 투표할거야."

행정기관과 상가가 즐비한 신도시 주민들도 선거에 관심이 높다. 민성제(54)씨는 "정권도 넘어갔는데 남은 기간이라도 똘똘 뭉쳐 다음을 기약할려면 그래도 민주당 후보가 낫다"면서 "부족하면 채우고 끝까지 믿어 줘야 한다"고 평가했다. 대학생 박상민(21)씨는 "이번 선거는 민주당과 무소속의 대결"이라며 "청년 일자리와 지역발전에서 잘할 것 같은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 김종식 vs 무소속 박홍률 리턴매치

전남의 '정치 1번지'로 불리는 목포시장 선거의 대진표는 8일 민주당 경선 결과가 나오면서 뒤늦게 완성됐다. 4년 전처럼 민주당 소속 김종식(72) 현 시장, 무소속(당시 민주평화당) 박홍률(69) 전 시장이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여기에 지역 의정활동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정의당의 여인두(52) 전 목포시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번 목포시장 선거는 오래 전부터 과열이 예상됐다. 2018년 선거에서 김 시장은 박 전 시장에 맞서 불과 292표(0.25%포인트) 차이로 진땀승을 거뒀다. 선거 막판에 민주당 바람이 불면서 뒤늦게 김 후보가 역전에 성공했던 것. 아깝게 고배를 마신 박 후보는 이번 선거를 노리며 4년간 와신상담을 했다.

김종식, 박홍률 두 전·현직 시장은 목포의 발전 방향을 두고 사사건건 대립해 왔다. 김 시장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한 삼학도 특급호텔 건립을 놓고, 박 후보가 줄기차게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갈등을 빚었다. 지난해 말 김 시장 부인이 지인에게 현금 100만 원과 새우 15박스(90만 원 상당)를 제공한 의혹 때문에 전남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당했고, 그 돈을 받은 지인에 대한 고소장도 접수됐다. 상대 후보가 '선거 낙선 유도' 의혹에 연관됐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민주당의 시장·지방의원 공천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결정이 이어지면서 공정성 논란도 제기됐다. 공천에 탈락한 후보들은 무소속으로 대거 출마에 나서면서 민주당 비난 집회와 네거티브가 극에 달했다.

여론조사에서도 접전 중

민주당 경선에서 김 시장이 최종 후보로 뽑히면서 차기 목포시장을 뽑기 위한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됐다. 각 후보 진영에서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등 혼탁 양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의당이 두 유력 후보의 과열경쟁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의 표를 얼마나 빼앗아 올지가 관전 포인트다.

지금 목포시장 판세는 그야말로 박빙이다. 최근 목포MBC(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는 박 전 시장이 42.2%, 김 시장이 40.5%를 얻었다. 목포KBS(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박 전 시장 34.6%, 김 시장 30.6%의 접전 양상을 보였다. 김 시장은 40대 이하에서, 박 전 시장은 60대 이상에서 선호도가 높다.



주요 후보 공약은

완도군수(3선), 광주 경제부시장, 목포시장을 역임한 김 시장은 '위대한 목포시대의 완성, 일 잘하는 행정·경제시장과 함께'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이번 선거는 목포 발전과 미래를 위해 앞으로 나아갈 것인지, 아니면 뒤로 후퇴할 것인지 결정짓는 중대한 시기"라면서 "옛 3대항 6대 도시의 유전자를 되살려 세계적인 글로벌 메가시티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목포·신안 행정통합을 통해 광역 경제도시와 서남권 공공의료 허브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미래 먹거리 육성과 세계인이 찾는 명품 관광·문화도시 건설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박 전 시장은 원칙과 공정, 상식마저 훼손한 민주당을 시민이 나서 심판하고 참된 일꾼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항구도시 지역의 강점을 활용해 국제해양관광도시를 건설하겠다"면서 "청년이 찾아오는 젊은 경제도시 큰 목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부가가치 높은 수산물 선진지로 탈바꿈시켜 전남 서남권 거점 해양물류기지로 성장시키겠다"며 "목포해상케이블카를 32년 만에 성공시킨 것처럼 목포의 경제가 살아 숨 쉬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9·10대 목포시의원을 지내고 정의당 전남도당 사무처장을 역임한 여 후보는 "민주당 주류인 시의회에는 그동안 성추행, 황제접종, 땅투기 등 말로 표현하기조차 부끄러운 행태가 즐비했다"면서 "30년간 장기집권의 판을 정의당으로 바꿔달라"고 주문했다. 여 의원은 "목포대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유치와 버스 완전공영제 도입을 최우선으로 삼았다"면서 "시민과 같이 살고 가치있는 목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목포= 박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