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국회의원들과 장관 후보자 간 '갑을관계'가 분명한 여타 청문회 풍경과 180도 달랐다. 윤석열 정부 '소통령'이라 불리는 한 후보자를 겨냥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파상공세를 폈으나, 한 후보자는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면서 한마디도 지지 않고 응수했다. 오히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직설적으로 비판하거나 반격하는 면모를 보였다.
민주당 출신인 민형배 무소속 의원은 피의자 인권을 등한시한 검찰의 과잉 수사 관행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윤석열 검찰에서 진행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한 후보자는 "(민주당 지도부가) 조국 사태에 사과한 걸로 알고 있고, '조국의 강'을 건넌 것으로 아는데 저희(검찰)가 그러면 조국 수사를 하지 말았어야 했는지 여쭙고 싶다"며 반격했다.
이어 "과거 민주화 운동을 할 때 민간인을 고문한 분이 있다"며 "그렇다고 민주화 운동 전체를 폄하하지 않듯이 (검찰의 일부 과오를 가지고) 기관 자체를 폄하하고 기능 자체를 없애라는 것에는 공감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를 골자로 한 검수완박 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검언유착 사건을 못 밝힌 것은 한 후보자가 휴대폰 포렌식을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한 후보자는 그러나 "친(親)정권 검사로 이뤄진 수사팀에서 무혐의를 낸 실체 없는 사건"이라며 반박했다.
문재인 정부의 잘못한 점을 묻는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도 "조국 사태 이후 할 일 하는 검사를 내쫓고 그 자리를 말 잘 듣는 검사로 채웠다"며 "지난 3년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검찰이 정치화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 후보자의 언행은 청문회 초반부터 거침이 없었다.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소위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시행을 앞두고 있어 국민적 우려가 크다"며 "이 법안은 부패한 정치인과 공직자의 처벌을 어렵게 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이 보게 될 피해는 너무나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도발하러 나왔느냐"는 지적이 쏟아지며 오전 청문회가 파행을 빚은 배경이 됐다.
다만 '검언유착' 연루 의혹으로 악연이 있는 최강욱 민주당 의원과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최 의원이 한 후보자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군사정권 당시 사조직인 '하나회'에 빗대며 '정치 검찰'이라고 비판하면서다. 한 후보자는 최 의원의 질의를 자르며 "질문에 답변을 드릴까요"라고 반문했고, 최 의원을 똑바로 응시하는 등 다소 불편한 모습도 보였다.
한 후보자는 "저는 검사가 아니고 앞으로도 검사를 할 생각이 없다"고 운을 뗀 뒤 에는 "저야말로 검사로부터 독직 폭행까지 당한 피해자로, 검찰의 이익을 대변하는 방식으로 앞으로도 일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독직 폭행은 2020년 7월 정진웅 당시 부장검사가 한 후보자와 채널A 기자 사이의 검언유착 의혹을 캐기 위해 한 후보자의 휴대폰을 확보하려다 벌어진 일이다. 이는 되레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 의원을 겨냥한 답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