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실' 시대 개막… 새로운 시위 메카는 어디?

입력
2022.05.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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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대로 삼각지역~전쟁기념관 구간 급부상
"왕복 10차선에 집무실 보여" 집회 신고 쇄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라 서울 시내 집회·시위 중심지가 집무실이 입주하는 용산구 국방부 청사 부근에 형성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강대로, 그중에서도 전쟁기념관 인접 구간이 새로운 '시위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과 함께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면서 집회·시위 신고도 기존 청와대,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근 대신 용산구로 집중되는 분위기다.

국방부 청사 일대는 청와대 사랑채 앞 분수대나 광화문광장처럼 대규모 인원이 모일 수 있는 장소가 사실상 없다. 특히 경찰이 현행법상 집회 금지 구역인 '대통령 집무실 반경 100m 이내' 기준을 집무실이 있는 건물이 아니라 국방부 담장으로 설정하면서, 국방컨벤션 앞이나 국방부 정문 같은 담장 바로 앞 공간은 시위 장소로 이용할 수 없다. 길 건너편에서야 집회가 가능한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시민단체들은 국방부 경유 이태원로와 교차하는 한강대로, 그중에서도 서울 지하철 4·6호선 삼각지역과 전쟁기념관을 경유하는 250m 구간을 시위 아지트로 삼는 모양새다. 삼각지역 일대에서 가장 넓은 왕복 10차로 도로가 있고 대통령 집무실도 일부 보이는 구역이다.

경찰청이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국방부 청사 반경 1㎞ 내 집회신고 현황'에 따르면 이달 10~25일 보름간 한강대로 삼각지역~전쟁기념관 구간에서 개최 신고된 집회는 8건이다. 이 기간 신고된 대통령 집무실 부근 집회(28건) 중 금지통고 대상(8건)을 제외한 20건의 절반가량이 해당 구간에서 열리는 셈이다.

신자유연대는 삼각지역, 녹사평역, 국방컨벤션 등에 299명 규모 집회 여러 건을 신고했는데, 그중 한 곳이 삼각지역 12번 출구 인근에서 전쟁기념관 북문 앞까지의 구간이다. 국가비상대책국민위원회도 삼각지파출소~전쟁기념관 북문 구간 등에 300명 규모로 집회 신고를 마친 상태다.

경찰도 이 구역에서 집회를 열도록 유도하는 분위기다. 전국민중행동은 이달 21일 국방부 정문 앞에 2,000명 규모의 집회 신고를 계획했다가 경찰의 안내로 삼각지파출소~전쟁기념관 북문 구간의 인도와 하위 1개 차로를 집회 장소로 신고했다. 단체 관계자는 "원래 국방부 정문이나 맞은편에서 집회를 계획했지만 (국방부) 담장 100m 이내가 집회 금지구역으로 설정돼 장소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2,000명 규모라고 하니 경찰에서 (현재 신고 장소를) 안내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금지 구역으로 집회 신고가 들어오면 어차피 금지통고를 해야 해서 다른 장소로 유도하고 있다"며 "국방부 인근에 많은 인원이 집회를 할 만한 장소가 (한강대로 외엔)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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