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논문 의혹에 대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이나 나경원 전 의원의 아들보다 열 배는 더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우 교수는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한 후보자의 해명을 '팩트체크'하고,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점'을 제시한 뒤, 사건이 시사하는 점을 정리했다.
우 교수는 "유학·입시 등에 스펙을 제시할 때 논문으로 포장하려고 저널에 투고해서 출판했을 거라는 게 합리적 추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 후보자 딸의 글이 논문이 맞다며 "저널에 출판된 논문 형식의 글을 논문이 아니면 뭐라고 부르나", "논문이 아니라면 왜 굳이 저널에 투고해서 출판했을까"라고 되물었다. "전자문서화하기 위함이라는 답변은 매우 궁색해 보인다"는 비판도 더했다.
또 "한 후보자가 '온라인 저널', '오픈액세스'(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고등학생의 글' 이런 표현으로 논문이 아니라는 인상을 주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온라인 저널이나 오픈액세스라고 해서 논문이 아니거나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관련기사 "연구자 단체들 '한동훈, 학문 생산과 오픈액세스 운동 왜곡... 장관 부적격")
그는 "더 가관인 것은 입시에 사용하지 않았고 사용할 계획도 없다는 발언"이라며 "이런 구차한 변명을 들으며 기술자라는 단어가 떠올랐다"고 했다. "그는 법 기술자가 '본캐'(본캐릭터)고 언론 기술자가 '부캐'인데 논문 기술자라는 또 다른 부캐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우 교수는 이어서 어떻게 한 후보자 딸이 단독 논문을 작성했고 해외저널에 출판까지 했는지 몇 가지 의문점을 제시했다. 특히 ①어떻게 조력자 없이 거대한 규모의 학회인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에 두 개의 논문을 연달아 발표할 수 있었는지 물었다. "연구의 5단계 중 주제를 잡고 연구 방향을 정하는 것은 고등학생이 하기 어렵다"면서다.
그는 "만일 학교 선생님이나 대학교수 등 누군가 같이했다면 논문의 공저자로 들어가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연구윤리 위반'이다. 논문에 기여했는데 넣지 않는 건 '유령저자'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우 교수는 또 "표절 의혹이 제기된 IEEE 논문을 비교한 자료를 보니 제 판단으로는 '빼박캔트'(빼도 박도 못하는) 표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동사를 바꾸거나 수동태를 능동태로 바꾸는 식으로 야비하게 고치면 표절검사에 잘 걸리지 않는다"며 ②"이렇게 논문을 수정하는 작업은 딸이 직접했나 아니면 누가 대신 해주었나" 물었다.
IEEE에 제2저자로 발표한 논문도 ③제1저자인 방글라데시 대학생과 어떻게 공동연구를 하게 됐고, 한 후보자 딸이 어떤 기여를 했는지 규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 밖에도 ④ '에이비시 리서치 얼러트'(ABC Research Alert)’가 약탈적 저널임을 알고 투고했는지, ⑤왜 단독저자 논문들을 해외저널에 출판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해외저널의 경우 연구윤리 위반 여부를 판정하거나 수사할 수도 없다며 "뇌피셜이지만, 조국 전 장관 딸의 일기장까지 압수수색했던 한 후보자가 자기 딸의 논문이 일으킬 이슈에 대해 미리 검토해 보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사건의 진정한 피해자는 "거대한 경쟁 사회 속 부모의 스펙 지도에 휘둘리는 아이들, 그리고 그런 찬스는 꿈도 꾸지 못하는 아이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상처받는 국민들"이라고 했다. 한 후보자 딸이 미국 매체에 자작 기사를 싣고 기뻤다면 그 역시 "경쟁사회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피해자"라고 했다. 이 때문에 "한 후보자의 딸을 무조건 비난하는 건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우 교수는 대신 "몇 년째 이어지는 고등학생의 논문 출판 이슈를 반성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한 후보자가 장관직을 내려놓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면서도 "이번에도 그저 장관 한 명 끌어내리는 걸로 만족한다면 이런 일들이 앞으로 또 벌어지지 않겠나"라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