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고딩엄빠', 이대로 괜찮을까

입력
2022.05.11 09:21

'고딩엄빠'가 길을 잃었다. 10대 성문화를 조명하면서 제대로 된 인식을 갖추게 하겠다는 의도로 출발했지만 거듭된 논란에 방향성이 사라졌다. 특히 '고딩엄빠'에서 배울 수 있었던 성장 과정이 무용해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 방송 중인 MBN '고딩엄빠'는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10대 엄마, 아빠의 리얼한 일상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발견하여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아보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방송 초반부터 이택개와 박서현이 출연해 일상을 공개했으나 가정폭력 사건에 휘말리면서 프로그램의 취지에 어긋난 방향을 보이고 있다. 이택개와 박서현은 어린 나이에도 함께 아이를 키우려는 의지를 보였고 제작진의 도움으로 산후조리원에 입소했다. 이후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지난달 박서현이 이택개를 흉기로 협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이후 박서현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이후 접근 금지 처분을 받았다.

이택개는 자신의 SNS를 통해 박서현이 자신과 싸우던 도중 칼을 가져와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고 폭로했다. 출연진이 가정폭력 피해자와 가해자가 된 전대미문 사건이다. 결국 제작진은 "가장 중요한 것은 아직 태어난 지 몇 개월 되지 않은 두 사람의 아이라고 판단돼 양가 아버님을 통해 아이의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 두 사람, 누구의 편에 치우치지 않고 원만한 해결을 돕고자 노력 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박서현은 산후우울증 뿐만 아니라 우울증을 깊이 앓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가정폭력 가해자와 피해자 동시 출연, 시청자들 '공분'

이 가운데 지난 8일 방송분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박서현과 이택개가 가정폭력 사건 이후 함께 스튜디오에 나섰고 각자의 사정을 토로했다. 박미선은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거나 질타하려는 게 아니라 우리 아이를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박서현은 "이택개가 SNS에 글을 올리면서 오해가 생겼지만 풀고 싶다. 아이가 나중에 상처를 안 받길 바라는 마음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박서현은 "내가 왜 그런 짓을 했나 싶었다. '내가 이런 행동만 안 했으면 아기가 상처받을 일도 없고, 아기를 볼 수도 있을 텐데' 같은 생각을 많이 했다"며 후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끝내 두 사람은 파경을 맞이했다.

이택개는 돌연 이날 SNS를 통해 "네가 한 행동들은 더 이상 얘기 안 할게. 다른 사람을 속일 수는 있겠지만 나는 못 속여. 며칠 전 전혀 바뀌지 않은 너의 행동을 보고 난 많이 생각했다. 나랑 하은이가 더 이상 너를 받아줄 수 없을 거 같다"면서 두 사람이 갈라섰음을 밝혔다.

제작진의 황당한 대처, 화해하는 그림이 최선일까

일련의 사건들은 제작진이 예상하지 못한 흐름일 터다. 하지만 제작진의 미온적인 대처가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어린 부부를 스튜디오에 초대해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변호사와 심리 상담가 등을 초청했지만 이 두 사람은 가정폭력의 피의자와 피해자다. 특히 이택개가 이전부터 박서현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고백했기 때문에 지속적인 가정폭력이 있었다는 것을 제작진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고딩엄빠' 제작진이 원하는 그림은 무엇일까. 파란만장한 이 부부의 화해와 결합을 기대했다면 이는 제작진의 판단 미스다. 첫 기획 의도였던 '진정한 가족의 의미'는 찾아볼 수 없다. 제작진이 적절한 선에서 두 사람의 출연을 보류했더라면 이택개와 박서현이 받을 비난도 지금보다는 적었으리라.

이러나 저러나 '고딩엄빠'의 화제성은 폭증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집계하는 4월 4주 차 '비드라마 TV 검색반응 톱10'에서 8위에 올랐다. '비드라마 검색 이슈 키워드 톱10'에서도 박서현 이택개가 2위부터 10위에 진입했다. 시청률 역시 0%대에서 처음으로 2%대에 진입했다.

하지만 화제성 또는 시청률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다. 제작진은 훈훈한 해피엔딩 프레임에 사로잡혀 보호해야 할 대상을 잊은 모양새다. 결국 방송 도중 사실혼 관계를 청산한 이택개와 박서현의 에피소드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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