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신 뒤 발이 퉁퉁 붓고, 걸을 때마다 바늘로 찌르는 듯이 아파요.”
통풍(痛風·gout)은 몸속 요산이 소변으로 배설되지 않고 몸에 남아 통증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통풍은 콩팥 기능이 떨어져 요산 배출이 잘 되지 않는 중년에서 많이 발생한다. 그런데 최근 20, 30대 젊은 환자가 패스트푸드ㆍ배달 음식 위주의 식습관과 잦은 음주 등으로 인해 크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통풍 진료를 받은 20대 남성은 3만2,254명, 30대 남성은 8만7,094명으로 10년 전보다 각각 3.2배, 2.8배 늘어났다. 전체 통풍 환자 49만2,373명 중 20∼30대가 24.2%나 된다.
통풍의 원인 물질로 알려진 요산은 크게 두 가지 경로로 체내에 생성된다. 하나는 음식물 중 단백질에 포함돼 있는 퓨린이 분해되면서 생성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 몸에서 파괴되는 세포에서 만들어지는 경우다.
이렇게 생성된 요산은 대부분 콩팥을 통해 소변으로 배설되므로 요산 생성과 배설이 균형을 이루면 혈중 요산이 정상 범위에서 유지된다. 그러나 균형이 깨지면 요산 수치가 높아지면서 ‘고요산혈증(hyperuricacidemia)'이 생길 수 있다.
혈액 내 요산 농도 기준치는 6.8㎎/dL이다. 이 수치가 성인 남성의 경우 7㎎/dL, 여성은 6㎎/dL가 넘으면 고요산혈증이다. 고요산혈증 자체는 아무런 증상을 일으키지 않지만 오래 지속되면 통풍 관절염이 발생할 수 있다.
통풍 관절염의 대표적인 증상이 급성 통풍 발작이다. 통증이 극심해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痛風)’는 병명은 이 때문에 생겼다. 통풍 환자에게 통증 강도를 1∼10 중에서 고르라고 하면 대부분 ‘10’이라고 답할 정도다.
대한류마티스학회에 따르면 급성 통풍 발작의 첫 증상은 엄지발가락이 56~78%로 가장 많고, 이어 발등 25~20%, 발목, 팔, 손가락 순이었다. 환자의 90% 정도는 남성이고, 중년 이상에서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영호 고려대 안암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통풍이 남성에게 주로 나타나는 이유는 남성호르몬이 콩팥의 요산 배출을 억제하기 때문”이라며 “반면 여성호르몬은 요산 배출을 높이므로 폐경 전인 여성에게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통풍은 처음에는 한 관절만 주로 침범하지만 만성이 되면 양쪽 발가락에 관절통이 생기고, 발등ㆍ발목ㆍ뒤꿈치ㆍ무릎ㆍ팔꿈치ㆍ손목ㆍ손가락 등으로 이동하면서 관절통이 생길 수 있다. 이런 발작은 보통 열흘 정도 지속되다가 점차 호전되지만 통증이나 증상이 없다고 치료를 중단하면 합병증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만성이 되면 여러 관절에 동시 다발적으로 관절염이 생기고 오래 지속된다. 방치하면 콩팥병ㆍ고혈압ㆍ비만ㆍ이상지질혈증ㆍ동맥경화ㆍ당뇨병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통풍은 기본적으로 약물로 치료한다.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약이라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만성 통풍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약물 치료다.
통풍 치료는 급성기와 안정기로 나뉜다. 박민찬 강남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관절 통증이 심한 급성기에는 염증을 줄이는 약(콜히친, 비스테로이드소염제, 스테로이드제 등)이 우선적으로 쓰인다”고 했다.
이후 염증이 줄고 통증이 사라져 안정기가 되면 요산을 떨어뜨리는 약(알로퓨리놀 등)을 꾸준히 복용해 요산 수치를 관리해야 한다. 이 약에 부작용이 있거나 효과가 없으면 최근 개발된 페북소스타트라는 약을 쓸 수 있다.
이들 약은 요산 수치를 낮춰주므로 통증이 없어도 계속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혈액 내 요산 수치가 6㎎/dL 이하로 유지하면 통풍 발작이 재발하지 않고, 합병증도 예방할 수 있다.
통풍 치료에는 운동과 식이 조절도 필수적이다. 아무리 엄격한 식이 조절을 해도 원하는 기준만큼 요산을 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통풍이 생겼는데 몸무게가 많이 나가면 체중을 줄이고, 채소 위주의 저열량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특히나 술, 과당이 많이 포함된 청량음료, 곱창ㆍ순대처럼 내장류는 피하는 것이 좋다.
송란 강동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통풍 환자가 피해야 할 한 가지 음식을 고르라면 주저 없이 ‘술’을 고를 정도로, 통풍 환자는 반드시 금주해야 한다”고 했다.
송 교수는 “술 가운데 맥주만 피하면 될 것으로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모든 술이 통풍에 좋지 않고, 특히 술을 많이 마실수록 요산이 몸속에 더 축적되기에 어떤 술이든 마시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호 교수는 “맥주가 가장 많은 퓨린을 포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술의 경우 알코올 성분이 요산 배설 억제와 요산 합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