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릿한' 발바닥… 주말에 너무 많이 걸었나

입력
2022.05.08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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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저근막염, 지난해 26만5,000명 치료받아

코로나19 거리 두기가 사실상 풀리면서 주말 나들이에나선 시민이 크게 늘었다. 이로 인해 많이 걸은 뒤 발바닥이 아프다는 사람도 증가했다. 슬리퍼ㆍ샌들ㆍ플랫슈즈 등 밑창이 얇고 딱딱한 신발을 신으면 근막 부하가 과다하게 걸리면서 염증이 생기기 쉽다. ‘족저근막염(plantar fasciitis)'이다.

오래 걷거나 장거리 마라톤, 조깅 등 운동을 갑자기 심하게 하거나, 과체중일 때 발바닥에 과도한 압력이 가해지면 족저근막염이 발생할 수 있다.

족저(발바닥) 근막은 발꿈치뼈(중골)에서 발바닥 앞쪽까지 이어지는 두껍고 강한 섬유 띠다. 발 아치를 유지하고, 발에 전해지는 충격을 흡수하는 등 걸을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족저 근막이 반복적으로 미세 손상되면 근막을 구성하는 콜라겐 변성으로 염증이 생겨 통증을 유발한다.

족저근막염으로 지난해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26만5,346명으로 집계됐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10년 전인 2011년 10만6,197명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족저근막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아침에 일어나 첫걸음을 걸을 때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찌릿한 통증이다. 잠자는 동안 수축돼 있던 족저 근막이 갑자기 이완해 발생한다.

보통 통증이 발뒤꿈치에서부터 시작돼 발바닥 중앙으로 퍼지게 되고 오래 걸을수록 통증이 세진다. 발바닥에 체중을 온전히 싣고 서 있기 어렵다거나 발가락을 발등 방향으로 올리는 자세를 취할 때 발바닥 통증이 생긴다면 족저근막염을 의심할 수 있다.

족저근막염은 다양한 이유로 발생하므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걸맞은 치료법을 쓰는 게 중요하다. 구조적으로 평발이거나 발 아치 모양이 정상보다 높으면 족저근막염이 생길 확률이 높다. 다리 길이에 차이가 있거나 해부학적으로 발 모양에 이상이 있어도 족저근막염에 걸리기 쉽다.

이 밖에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지 않고 갑자기 운동을 시작하거나 장기간 걷거나 뛰어도 족저근막염이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 족저근막염은 계속 발에 피로가 누적돼 발생하는데 운동 마니아 가운데 상당수가 족저근막염으로 고생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족저근막염은 보존적 치료로 80~90%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보존적 치료는 약물 치료와 주사 치료, 체외 충격파 치료 등이 있다. 체외 충격파 치료는 근막 손상 부위에 강력한 충격파를 가해 혈류량을 늘리고, 혈관 형성을 촉진해 염증을 완화하고 통증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김학준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족저근막염은 발생 초기에 병원을 찾으면 간단히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며 “1~2주 정도 안정을 취하면서 염증을 가라앉히는 소염진통제를 먹으면 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체중 부하를 분산해 주는 특수 깔창을 써야 하며 체외 충격파 치료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족저근막염을 예방하려면 평소 발바닥 근막을 늘리는 스트레칭이 좋다. 적정 체중 유지와 발바닥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특히 충격 흡수가 잘 안 되는 신발을 신고 조깅이나 마라톤 등 오래 달리는 것은 삼가야 한다.

족저근막염을 예방하려면 쿠션이 충분하지 않은 신발은 되도록 신지 말고, 굽이 높은 하이힐을 자주 오래 신지 말아야 한다. 등산이나 조깅, 산책 등을 할 때에는 충분히 발을 풀어주고 주기적으로 발을 충분히 쉬는 게 좋다.

500mL 플라스틱 병을 얼려 발바닥 밑에 놓고 선 자세로 앞뒤로 병을 15~20분 정도 굴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김재영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정형외과 전문의는 “족저근막염은 무리한 운동을 하거나 밑창이 얇고 딱딱한 신발을 장시간 착용할 때, 오래 서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주로 발생하며, 평발ㆍ요족ㆍ비만도 발병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