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에 닿으면 알레르기가 생기는 이유는?

입력
2022.05.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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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식품ㆍ의료제품 이야기] 김규 식품의약품안전처 농수산물안전정책과장


어릴 적 산에서 뛰놀다가 나도 모르게 옻나무에 닿아 며칠 동안 고생한 적이 있다. 흔히 ‘옻이 올랐다’고 표현하는데 얼굴이나 손은 물론 온몸에 충혈, 물집, 진물이 생기고 가려움증에 시달렸다.

이는 옻에 함유된 우루시올(Urushiol) 성분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알레르기 원인인 이 성분은 페놀 유도체의 하나다. 이 때문에 옻에는 독성이 있고, 옻에 접촉하거나 옻닭을 먹으면 체질에 따라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

옻 독성과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동의보감>에 따르면 마른 옻을 먹을 때 유용한 측면도 있다. 마른 옻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매우며 독이 있지만, 어혈을 없애고 생리불순이나 복통에 쓰이고, 회충을 없앤다고 한다. 생옻을 오래 먹으면 몸을 가볍게 하고 잘 늙지 않게 한다는 기록도 있다.

옻은 식용 재료다. ‘식품위생법’에 따라 식품 기준 및 규격 내용을 정리한 ‘식품공전’의 가공식품 원료 사용 기준에 따르면, 옻나무는 옻닭이나 옻오리 조리에 사용되는 제품 원료로만 물 추출물 또는 물 추출물 제조용 티백 형태로만 사용할 수 있다. 이때 우루시올 성분이 검출되면 안 된다.

또한 옻은 한약재이기도 하다. 한의학에서는 옻나무 줄기에 상처를 입혀 흘러나온 수액을 건조한 덩어리인 건칠(乾漆)을 약으로 사용하는데, 건칠은 한약재 제조업체에서만 제조·유통된다.

옻은 주방용품 제조에도 쓰인다. 생옻 성분은 독성이 강해 살균ㆍ살충ㆍ방부제로 쓰인다. 수저 세트ㆍ밥주걱ㆍ도마ㆍ밥그릇 등 주방용품에 생옻칠을 하면 내구성과 보관성이 뛰어나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다.

옻은 농촌의 부가가치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 농촌 지역에서는 1차적인 농산물 판매뿐만 아니라 2차 제조 가공, 3차 체험·관광 상품으로 이어지게 해 가치를 높이는 이른바 ‘6차 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충청의 한 지역에서는 옻을 활용해 된장, 간장, 발효 식초, 곡주 등 가공식품을 개발하고 봄철 옻순 축제를 열기도 한다.

옻은 이처럼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민 식품의약품 안전을 위해 옻을 안전하게 먹을 수 있도록 관리하는 등 농산물 안전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