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노래'와 '올해의 레코드'를 차지하며 4관왕에 오른 프로젝트 듀오 '실크 소닉'의 반쪽인 앤더슨 팩이 K팝을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로 감독 데뷔한다. 국내에 '밀양 박씨'로 알려진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이 영화에서 직접 주연도 맡을 예정이다.
4일(현지시간) 미국 제작사 스탬피드 벤처스는 "앤더슨 팩이 코믹 드라마 장르의 영화 'K팝스(K-Pops!)'를 연출하고 직접 주인공도 연기할 것"이라면서 "팩이 맡은 역할은 K팝 가수들을 겨냥한 곡을 쓰기 위해 한국으로 가는 한물 간 뮤지션"이라고 밝혔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한국으로 건너가 오랫동안 헤어졌던 아들을 만나게 된다. 한창 떠오르는 K팝 그룹의 리더로 활약 중인 아들의 유명세를 활용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려던 주인공은 결국 스타덤보다 아버지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훨씬 더 소중하고 의미있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주인공의 아들 역은 실제 팩의 아들인 솔 라시드가 맡을 예정이다. 영화 'K팝스'의 제목은 'K팝'과 '아빠'라는 뜻의 '팝스(pops)'를 합쳐 만든 것이다.
앤더슨 팩은 한국계 래퍼인 존 덤파운디드 박과 함께 이번 영화를 함께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팩은 시나리오도 직접 썼다. 제작은 올 연말에 시작될 예정이다. 그는 'K팝스' 제작 소식을 알리며 이렇게 말했다.
"제 어머니는 한국 출신이지만 미국에 입양됐습니다. 그래서 전 아내를 만날 때까지 한국 혈통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죠. 이 영화는 제 아내, 아들과 함께 저 자신의 일부에 대해 알게 됐던 경험을 토대로 기획한 겁니다. 제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제작사가 저를 믿고 기회를 줬어요. 큰 스크린에서 이 영화를 상영할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흥분됩니다."
브랜든 팩 앤더슨이라는 본명의 앤더슨 팩은 한국계 미국인이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에서 입양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과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성으로 쓰고 있는 팩(Paak)은 밀양 박(Park)씨 성을 가진 어머니의 이름이 입양 당시 'Paak'으로 잘못 기재되면서 붙여진 것이다.
팩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마약 중독자였던 아버지는 팩이 일곱 살 때 어머니를 심하게 폭행하다 수감됐고 어머니는 그가 고교 생일 때 도박을 하다 체포되기도 했다. 그는 음악을 통해 역경을 이겨냈다. 2011년 음악 학교에서 강사로 일하면서 만난 한국인 유학생 제이린을 만나 결혼했고, 이후 직업 뮤지션으로 데뷔해 큰 성공을 거뒀다. 아들 솔은 방탄소년단(BTS)과 K팝의 팬이라고 한다. 팩은 국내 가요계와도 인연이 있다. 2015년 한국 R&B 뮤지션 딘의 '풋 마이 핸즈 온 유'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당시 '샷 오브 더 참이슬', '자기야 이리 와 빨리 와 가자' 같은 한국어 랩을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앤더슨 팩은 2014년 발표한 앨범 ‘베니스’로 데뷔했다. 이 앨범으로 힙합계의 전설 닥터 드레의 눈에 들면서 이듬해 드레의 레이블 ‘애프터 매스’와 계약했다. 2016년 발표한 앨범 ‘말리부’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며 스타덤에 올랐고 이후 두 장의 앨범을 더 발표했다. 최근에는 브루노 마스와 함께 실크소닉을 결성해 활동 중이다. 올해 실크소닉의 'Leave the Door Open'으로 4개의 그래미 트로피를 상을 받는 등 그래미에서 총 8차례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