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50세부터래요." 배우 전수경이 인터뷰 도중 남긴 말이다. 이처럼 백세 시대 속에서 50세는 여전히 청춘이고 인생의 하이라이트다. 드라마들도 일제히 4050세대의 사랑, 우정, 삶의 애환을 그리기 시작했다.
최근 종영한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에서 가장 이목을 끈 커플은 이시은(전수경)과 서반(문성호)다. 두 사람은 뒤늦게 찾아온 40대의 운명 같은 사랑을 그려내면서 나이대에 맞는 로맨스를 펼쳤고 큰 관심을 받았다.
또 tvN '우리들의 블루스'는 한수(차승원)와 은희(이정은)의 '동상이몽'을 그리면서 먹먹한 여운을 남겼다. 한때 서로의 첫사랑이었던 두 중년 성인은 지나치게 삶에 찌들게 되면서 각자를 안타까워했다. 방송 전 불륜 의혹을 받았지만 한수의 에피소드가 공개된 후 불륜 미화 지적이 사라지게 된 이유 역시 사랑보다는 살아가는 애환을 조명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사랑하는 4050세대 주인공들의 특징은 주체성이다. 가족을 위해 살지만 가족보다 '나'를 중요시하는 선택이 4050세대 주인공들의 주 사건 흐름이다. '결혼작사 이혼작곡'에서 이시은이 더 이상 본인을 희생하지 않고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다시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은 보는 이들에게 여운을 남겼다. 또 '우리들의 블루스'의 한수는 가족을 위해 전 재산을 쏟아붓고 또 친구 은희에게 돈을 빌리려 하지만 가족과 자신을 위한 행동이 무엇인지 깨닫고 올바른 길을 선택한다.
이처럼 4050세대의 주인공들은 흔한 주인공들과는 다르다. 일을 팽개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달려가지도, 데이트를 화려하게 뽐내지도 않는다. 그저 일상 속 찾아온 로맨스 혹은 사건에 조용히 스며들 뿐이다. 4050세대 주인공들이 삶을 살아가는 가치관 혹은 태도 등이 다른 세대 인물들과의 차별점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대중은 4050세대 주인공들 특유의 유난스럽지 않은 이야기를 즐겁게 바라보고 있다.
4050세대 주인공들의 소비층도 4050세대다. 이 세대는 일찍이 TV플랫폼 뿐만 아니라 OTT 플랫폼까지 다양하게 섭렵했다. 스마트폰 외에도 스마트 TV의 보급화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티빙 오리지널 '내과 박원장'이 5060세대 시청자들의 티빙 가입 유입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OTT 시장 속 5060세대의 존재감이 확장됐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예능들도 빠르게 4050세대를 타깃으로 삼았다. '뜨거운 싱어즈'부터 '엄마는 예뻤다'까지 젊은 이들 없이도 충분히 트렌디한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다.
과거 많은 드라마와 영화들이 젊은 층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현대 사회 속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4050세대가 중장년층, 가장 혹은 엄마와 아빠로만 소비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이들만이 그려낼 수 있는 감성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젊은 층들도 부모 세대의 이야기를 심도 있게 바라보고 있다. 3대 가족 서사를 그려냈던 애플티비플러스 오리지널 '파친코'의 화제성이 이를 증명한다. 이처럼 4050세대 주인공이 선사할 다양한 감성들에 이목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