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연준)이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이른바 '빅스텝'을 밟았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 번에 0.5%포인트 오른 건 무려 22년 만이다.
연준은 기록적인 고물가 압력에 맞서 오는 6월과 7월에도 빅스텝을 단행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최근 시장의 불안을 증폭시킨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긋자, 미국 증시가 급반등하는 등 시장은 안도감을 내비쳤다.
연준은 4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연 0.75~1.0%로 0.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연준이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한 건 이른바 '닷컴 버블'로 경기과열 우려가 짙었던 2000년 5월(6.00→6.50%) 이후 처음이다. 연준은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코로나19 사태 후 2년간 유지하던 '제로금리' 시대를 마감, 올 한해 공격적인 긴축을 예고했었다.
연준은 이날 추가적인 빅스텝 가능성도 내비쳤다. 40년 만에 최고 수준인 인플레이션이 미국 경제를 심각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 가진 오프라인 기자회견에서 "향후 두 차례(6, 7월)의 FOMC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연준이 오는 6, 7월 연속 빅스텝 이후 남은 3차례 FOMC에서도 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릴 경우, 연말 미국 기준금리는 2.5~2.75%가 된다.
파월 의장은 이날 시장 초미의 관심사였던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물가가 하락하진 않아도 상승세는 멈출 것으로 기대한다"는 근거를 들었다. 금리를 단번에 0.75%포인트나 끌어 올려야 할 정도의 급박한 상황은 아니란 뜻을 밝힌 것이다.
연준은 한편 내달 1일부터 보유 채권 규모를 줄이는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에도 착수하기로 했다. 금리 인상과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두는 양적긴축을 병행해 확실히 돈줄을 죄겠다는 것이다.
올 8월까지 총 475억 달러 규모의 국채 및 주택저당증권(MBS) 감축을 시작으로, 9월부터는 950억 달러로 감축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연준은 이 속도로 양적긴축을 시행할 경우 1년간 0.25%포인트 정도의 금리 인상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파월 의장은 고강도 긴축 정책으로 인한 경기 충격에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올해도 견실한 성장이 예상된다"며 "경기 침체 없이 물가가 안정돼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우려 해소와 경기 낙관론에 시장도 급반등했다. 이날 뉴욕 3대 증시는 일제히 2.81~3.19% 오르며 안도 랠리를 펼쳤고, 비트코인도 4%가량 상승해 5,000만 원(국내 시세 기준)을 회복했다. 5일 한국과 일본 증시가 휴장한 가운데 중국과 홍콩 등 중화권 증시도 일제히 상승세를 나타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웰스파고는 "연준의 빅스텝보다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 배제가 더 시장의 주목을 끌었다"고 평가했다. 미 경제지 배런즈는 "연준이 미국 경기 침체 우려를 낮추면서 인플레 해결 움직임을 보이자 시장은 크게 안도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