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인준까지 달렸다... '한동훈 거취', 검증 정국 최대 뇌관으로

입력
2022.05.0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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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한덕수·한동훈 연계 벼르는데
윤 당선인 측, 지명 철회는 고려 안 해
9일 한동훈 청문회서 정면충돌할 듯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윤석열 정부 1기 내각 인사청문 정국의 최대 뇌관으로 떠올랐다. 한 후보자가 딸에게 '부모 찬스'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은 그를 '낙마 1순위'로 정조준했다. 민주당은 한동훈 후보자의 거취와 한덕수 국무총리 국회 인준을 연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윤 당선인 측과 국민의힘은 "노골적 협박"이라며 철벽 방어 태세를 취했다.

한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 검사다. 한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9일)를 앞두고 그를 지켜야 하는 국민의힘과 최대한 흔들어야 하는 민주당이 격렬하게 맞붙을 전망이다.

민주, '부모찬스' 불거진 한동훈 사퇴 공세 강화

한 후보자는 4일 딸의 '부모 찬스' 의혹을 언론이 제기하자 "사실무근이자 왜곡"이라 반박하고, 해당 기사를 쓴 기자들을 고소했다. 고교 2학년생인 딸이 대학 진학용 스펙을 쌓기 위해 노트북 50대를 기업에서 받아 자신의 이름으로 기부했는데, 이 기업 임원이 '엄마 친구'였다고 한겨레신문은 보도했다. 딸이 지난해 하반기 6개의 논문을 작성해 4개 저널에 게재했다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했다.

한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해온 민주당은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조응천 의원은 5일 "법을 어기거나 교묘히 피해가면서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기득권층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 같다"고 꼬집으며 "저 같으면 뒤가 구려서 조금 숙일 건데 저렇게 꼿꼿한 것도 재주라면 재주"라고 했다. 김남국 의원도 한 후보자가 기자들을 고소한 것을 두고 "(의혹 제기를) 정치적으로 차단하려고 한 것으로,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여론을 주시했다. 다만 윤 당선인의 한 측근은 "한 후보자가 언론 보도에 강경 대응하기 전에 윤 당선인과 당연히 교감하지 않았겠나"라며 "윤 당선인의 신뢰는 여전히 깊다"고 했다. 윤 당선인이 그의 낙마를 고려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총리 인준 연계에 국민의힘 "새 정부 출범 부정하나"

한 후보자 임명을 밀어붙이기엔 상황이 만만치는 않다. 민주당이 한 후보자 임명 문제를 총리 인준과 연계하겠다고 벼르고 있어서다. 총리 후보자는 국회 본회의 무기명 투표에서 '재적 의원의 과반 출석·과반 찬성'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자동 낙마한다. 인준이 필요 없는 장관과 달리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임명할 수 없다. 300개 국회 의석 중 168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결정권을 쥐고 있다는 얘기다.

윤 당선인이 한동훈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 민주당은 총리 인준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윤석열 정부는 '총리는 없는 내각'으로 5년 국정의 첫걸음을 떼야 한다.

윤 당선인 측은 민주당이 총리 인준을 볼모 삼아 한 후보자 포기를 강요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5일 "한덕수 후보자는 산업, 통상, 외교를 아우르는,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분이다. 국민 선택을 받은 새 정부가 출범하는 데 민주당이 협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민주당의 인준 어깃장은 윤석열 정부의 발목잡기를 넘어 출범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론의 역풍을 이끌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본선은 9일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다. 강성인 한 후보자와 민주당이 정면충돌하면 자존심을 건 여야의 싸움이 6·1 지방선거까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