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전국을 돌며 국민의힘 광역자치단체장 후보 등을 만나는 광폭 행보를 하는 것을 두고 '선거 개입' 논란이 거세다. 윤 당선인은 4일 강원 지역을 찾아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지사 후보와 동행하는 등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 당선인의 선거 관여는 자제돼야 한다"는 유권 해석을 지난해 내렸던 것으로 4일 확인돼 정치적 파장이 주목된다.
여권에 따르면,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은 지난해 2월 중앙선관위에 '공직선거법상 대통령 당선인이 6·1 지방선거에서 할 수 있는 활동과 할 수 없는 활동' 등을 공식 문의했다. 민주당 소속 대통령 당선인이 나올 가능성을 감안해 지방선거와 관련한 선거법 규정을 미리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조 의원은 “대통령 당선인이 정권 임기 시작 전까지 선거법 제9, 85, 86조의 의무와 금지행위 조항을 적용받는지” 등을 물었다. 해당 조항들은 공무원의 ‘선거 개입’과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등을 금지한다. 특히 85조는 ‘공무원 등 법령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이에 중앙선관위는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법 해당 조항에 적용되는지 여부를 떠나, 당선인이라는 지위를 고려할 때 문의한 행위들(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등)은 자제되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통령 당선인은 아직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선거 관여가 금지된 ‘공무원 등’에 해당하는지는 법적으로 따져 봐야 할 일이지만, 곧 대통령이 될 당선인이 선거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의 최근 지방 순회가 중앙선관위가 자제를 당부한 '당선인이 선거에 영향을 주는 행위'라는 것이 조 의원의 주장이다.
윤 당선인은 ‘약속과 민생의 행보’라는 이름으로 지난달 11일 대구·경북을 시작으로 호남(4월 21일), 부산·경남(22일), 인천(26일), 충청(29일), 경기(5월 2일), 강원(4일) 등을 돌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민의힘 김태흠 충남지사 후보, 이장우 대전시장 후보 등을 만났고, 이달 2일에는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와 이상일 용인시장 후보 등과 함께 시장을 방문했다. 4일엔 강원에서 국민의힘 김진태 강원지사 후보와 박정하 원주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최성현 춘천시장 후보 등과 공개 회동했다.
조 의원은 이를 "윤 당선인 주도의 사실상 정당 집회"라고 꼬집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윤 당선인이 지역 순회에서 양승조 충남지사, 이시종 충북지사 등 민주당 인사들도 만났기 때문에 선거 개입이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윤 당선인의 지방 순회가 자제되어야 할 행위에 해당하느냐"는 한국일보의 4일 추가 문의에 중앙선관위는 "현행 선거법은 당선인의 중립 의무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원론적 입장을 밝힌 뒤 "당선인에 정치적 중립 의무를 부여할지는 국회에서 입법정책적으로 고려할 사항"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