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조 원.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5년간 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돈이다. 매년 약 40조 원이 더 필요한 것인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지출 구조조정과 세수 자연 증가분을 활용하면 충분히 조달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앞으로 예상한 세수 증가 폭은 국정과제 달성에 필요한 ‘연간 20조 원’에 턱없이 부족한 데다 인수위는 각종 감세 정책을 내놓고 있어 인수위의 재원 조달 계획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3일 서울 종로구 인수위 사무실에서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5년간 209조 원, 연간으로 따지면 40조 원가량이 든다”며 “지출 구조조정으로 20조 원 정도를 쓸 수 있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세수가 최소 연간 20조 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정과제 필요 재원은 박근혜 정부가 135조 원, 문재인 정부가 178조 원이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재원은 문재인 정부에 비해 17.4%(31조 원) 늘었다.
인수위는 우선 매년 40조 원 중 절반인 20조 원가량은 세입 자연 증가에 기댄다는 입장인데,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발표한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올해 세수 338조6,000억 원을 기록한 뒤, 2025년에는 383조1,0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세수가 15조 원가량 늘어난다는 것인데, 인수위의 전망과는 차이가 크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연평균 세수가 20조 원 늘었지만, 이는 지난해 양도소득세, 증여세 등 부동산 관련 세수가 증가하고, 상속세도 늘어난 영향이다. 이 같은 일회성 세수 증가를 제외하면 국세수입은 △2018년 293조6,000억 원 △2019년 293조5,000억 원 △2020년 285조5,000억 원 등으로 제자리였다.
더구나 인수위는 감세를 주장하고 있어 세수 증가를 기대하기는 더 힘든 상황이다. 이날 발표된 국정과제에만 해도 △종합부동산세 세부담 적정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한시적 유예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제 지원 확대 △국내상장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등 세 부담을 줄이는 방향의 과제가 담겨 있다.
안 위원장은 “의무지출, 경직성 예산을 뺀 200조 원 중 10%를 구조조정하면 된다”며 지출구조조정에도 기대를 했는데, 이 역시 마찬가지로 쉽지 않다. 정부가 매년 본예산을 편성할 때마다 지출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사업별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다 보니 그 규모는 10조 원대에 그쳤다.
재원 조달 방안이 과거 정부와 비교해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재원 조달 방안으로 △대기업 비과세·감면 정비 △자본이득·금융소득 과세 강화 △상속·증여세 과세체계 개편 등 세입 확충방안을 내놓았다. 박근혜 정부도 ‘공약 가계부’를 만들어 △지하경제 양성화 △과세 인프라 확충 △비과세·감면 정비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