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공주 "내 타이틀은 특권 아닌 의무의 다른 이름"

입력
2022.05.03 16:40
24면
산림총회에 온 바스마 공주 본보 인터뷰
요르단 국왕 사촌... 30년간 국제환경운동
"나무 심기는 미래 생각하는 숭고한 행위"


나무를 심는 것만큼 숭고한 일은 없습니다. 그것은 자신만을 생각해서는 할 수 없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홍보대사로 활약 중인 바스마 빈트 알리(52ㆍBasma bint Ali) 요르단 공주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것은 후손을 생각하기에 비로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왕립 해양보존협회 창립을 주도한 바스마 공주는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의 사촌. 요르단 국가 생물다양성위원회 의장, 남미 생물다양성 복원을 위한 블랙재규어재단의 홍보대사 등을 역임하며 30년 동안 국제 무대에서 환경 운동을 하고 있다. 요르단군에서 12년간 복무하며 소령으로 전역하는 등 왕족으로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직접 실천한 인물이기도 하다.

2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15차 세계산림총회에 바스마 공주가 참석했다. 바스마 공주는 인터뷰에서 "산림 복원과 복원 기술 공유에 늘 적극적인 한국을 높이 평가한다"며 "산림복원 사업을 통해 냉각된 남북 관계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바스마 공주와의 일문일답.

-각국 산림 복원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데.

“나무를 심은 것만큼 세상에 고귀한 일은 없다. 우리가 누린 것들을 후손들은 누릴 권리가 있다. 우리가 하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그 아이들은 사명감을 갖고 그 후손들이 나무를 심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 최근 기후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고, 그 대응 수단으로 산림에 대한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이유다.”

-환경운동을 시작한 배경은 무엇인가.

“자연을 사랑하지만, 솔직히 말해 내가 여기서 활동하고 있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군대에 있을 때 다이빙 훈련을 받으면서 스쿠버다이빙을 할 기회가 있었다. 파괴된 산호초를 봤고, 그 모습을 보고 해양 청소를 시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왕립해양보존협회를 설립, 보존과 복원에 나선 이유다. 그 10년 뒤엔 왕립식물원을 설립해 자생종 보전에 힘썼다.”

-공주라는 타이틀이 환경운동에 도움이 됐나.

“아이 셋의 어머니로서, 아이들에게 건강한 미래를 주는 게 의무라는 생각이 컸다. 공주 칭호를 갖게 된 것은 영광이지만, 그 타이틀은 의무감의 다른 이름이다. 만화에 나오는 것처럼 특권이 아닌 봉사의 칭호다. 항상 주변 사람들을 돌봐야 하고,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 왕실에서도 가장 높이 평가하는 덕목이 봉사다.”

-여성으로서 군 복무를 했다.

“나라를 지키는 일에 있어 왕실이 맨 앞에 있다. 나는 군 복무를 하다가 환경운동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2000년에 전역했다. 봉사, 헌신을 중시하는 왕실 분위기에 따라 내 딸도 국제 개발 분야에서 기여하기 위해 대학에서 공부 중이고, 현재 산림총회에도 참석, 왕실의 일원으로서 국제사회와 협력해 앞으로 할 일에 대한 견문을 넓히고 있다.”

-북한에 대한 산림복원 사업이 남북관계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보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환경 문제만큼은 국경이 없기 때문이다. 지구촌 시민으로서 공동의 환경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할 필요도 있다. 기후 변화에 맞서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기 전에 우리가 함께 대응해야 한다. 한국의 산림복원 경험, 기술이 기후 변화 대응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정민승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