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들의 블루스'·'서울괴담' 제작진은 옴니버스에 빠졌을까

입력
2022.05.06 09:00

옴니버스 형식의 드라마, 영화들이 대중을 만나는 중이다. 다양한 에피소드가 담겨 있기에 한 작품을 통해 다양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는 대표적인 옴니버스 작품이다. 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일 방송된 8회는 수도권 기준 평균 10.3%, 최고 11.4%를 기록하며 케이블과 종편을 통틀어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이병헌 신민아 차승원 이정은 한지민 김우빈 김혜자 고두심 엄정화 등 주연만 14명이다. 이들은 각 에피소드를 이끌며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모두 안기고 있다.

현재 스크린에 걸려 있는 영화 '서울괴담' 또한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됐다. '터널'부터 '빨간 옷' '혼숨' '치충' '층간소음' '중고가구' '혼인' '얼굴도둑' '마네킹' '방탈출'까지 10개의 괴담 에피소드가 관객들에게 짜릿함을 선사한다. 주연이 무려 16명인 이 작품을 통해 연기돌에 도전한 이들도 적지 않다. 러블리즈 출신 서지수, 오마이걸 아린, 우주소녀 엑시 설아, 몬스타엑스 셔누 등은 '서울괴담'으로 스크린 데뷔에 나섰다.

사생활 논란에 휩싸였던 김선호의 하차로 화제를 모았던 '도그데이즈' 또한 옴니버스 영화다. 윤여정 유해진 김윤진 정성화 김서형 이현우 탕준상, 그리고 다니엘 헤니는 반려동물을 소재로 하는 이 작품을 통해 대중을 만날 예정이다. 반려견 덕분에 엮인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도그데이즈'는 지난 3월 31일 크랭크업했다.

제작진이 옴니버스 형식을 선택한 이유

왜 제작진은 많은 이들이 낯설어하는 옴니버스 형식을 선택했을까. '우리들의 블루스'의 노희경 작가는 제작발표회에서 "남녀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지겹더라. 우리는 각자 삶의 주인공이다"라며 모두가 주인공인 드라마를 원했다고 알렸다. 이와 관련해 이병헌은 "어떤 회는 내가 주인공이고, 어떤 회는 내가 지나가는 사람처럼 잠깐 등장하기도 하는데 그게 재밌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는 다양한 인물이 주인공이 돼 에피소드를 이끌어갔다.

노 작가의 전략은 시청자들에게도 통했다. 박지환 최영준 배현성 노윤서가 이끈 '인권과 호식' 에피소드가 뜨거운 반응을 얻은 가운데, 드라마와 한국방송콘텐츠 경쟁력 분석 전문 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은 '우리들의 블루스'의 인기 이유를 분석했다. "노윤서가 출연자 화제성 4위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13위의 배현성까지 작품의 조연들이 큰 활약을 한 것이다. 6위 신민아, 10위 이병헌까지 동시에 화제가 되면서 주연과 조연의 조합이 잘 어우러졌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서울괴담'의 홍원기 감독은 언론배급시사회 당시 "공포 영화 속 여러 장르에 접근해 보고 싶었고 이를 통해 관객들이 다양한 공포를 느낄 수 있도록 10개의 옴니버스로 제작했다"고 밝혔다. 김도윤은 "10개의 옴니버스가 함께 합쳐지면 어떤 시너지가 날지 궁금했다"고 전했다.

호불호가 갈리는 공포 장르인 만큼 '서울괴담'이 모든 관객을 만족시키진 못했지만 옴니버스 형식이 작품에 매력을 더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에피소드가 기대감을 만족시켜주지 못했더라도 다른 에피소드가 짜릿함을 안겼기 때문이다. '서울괴담' 측은 "K-호러에 대한 기대감으로 해외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중 홍콩을 시작으로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대만 마카오 말레이시아(브루나이) 인도네시아 그리고 일본까지 13개국에서 5월 개봉이 확정됐다"고 밝히며 작품이 이룰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생소하지만 매력적인 옴니버스 형식의 드라마, 영화들은 대중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하는 중이다. 앞으로 어떤 옴니버스 작품들이 찾아올지 궁금증이 모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정한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