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4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5% 가까이 치솟았다. 상승 폭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2022년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8% 오른 106.85(2020년=100)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10월 3.2%를 기록한 뒤 올해 2월까지 3%대를 유지하다 3월(4.1%)부터 4%대로 올라섰다. 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4%대를 기록한 것은 2011년 11~12월 이후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지속된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세에 전기요금 인상, 수요 회복 등이 맞물리며 물가가 가파르게 올랐다.
상품 물가를 보면 석유류 가격이 34.4% 올랐으며, 여기다 가공식품(7.8%) 등을 다 포함한 공업제품 물가는 7.8% 상승했다. 공업제품의 물가 상승률 기여도는 2.70%포인트에 달한다. 농축수산물도 축산물(7.1%)을 중심으로 1.9% 오르면서 3월(0.4%) 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전기료 상승 여파로 전기·가스·수도 요금도 전년 대비 6.8% 상승했다.
방역조치 완화로 수요가 회복하면서 서비스 물가도 크게 올랐다. 서비스 물가는 개인서비스가 4.5%, 공공서비스가 0.7% 각각 상승했다. 개인서비스 가운데 외식 물가는 6.6% 올랐다. 개인서비스 물가는 지난달 물가 상승률의 1.4%포인트를 설명하는 수준이다.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5.7% 올랐다. 이는 2008년 8월(6.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3.6% 올랐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가 상당 기간 높은 상승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석유류, 가공식품 같은 공업제품 가격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당분간 보이지 않고,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폭도 크게 둔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