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내성 보이는 3만 개 암세포 변이, 한 번에 확인

입력
2022.05.02 20:11

3만 개의 종양 변이 기능을 한 번에 분석해 암세포 생성을 주도하는 종양 변이를 확인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김형범ㆍ김영광 연세대 의대 약리학교실 교수, 이승호 기초 전공의는 ‘염기 변환 유전자 가위(Base editor)’로 수만 개의 종양 변이를 정상 세포에 1대1로 도입하고 한 번에 평가해 암을 만드는 종양 변이를 특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성과는 암 유발 종양 변이를 빠르게 확인하고 치료할 수 있는 전환점이 돼 환자 맞춤형 암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연구 결과는 국제 저널인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 IF 54.908)’ 최신 호에 실렸다.

사람 유전자는 4가지 염기 나열로 구성되며 이의 일정한 나열 순서를 염기 서열이라 한다. 암 환자의 염기 서열에서 지금까지 수백만 개 변이가 확인됐지만, 모든 변이가 악성 종양 생성, 즉 암 생성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암을 초기부터 빠르게 치료하려면 암으로 악화하는 일부 종양 변이를 기준으로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를 판별하는 기술이 발전하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다. 기존에는 암에서 많이 관찰되는 종양 변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암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되는 종양 변이를 확인했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는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힐 수 없고 관찰 대상이 발견 빈도가 높은 소량의 종양 변이에 국한됐다.

이에 연구팀은 정상 세포에 종양 변이(염기 서열+염기 변환 유전자 가위)를 대량으로 도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염기 변환 유전자 가위는 표적 종양 변이만을 타깃으로 분석하기에 종양 변이의 기능을 기존보다 더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

이 방법으로 3만 개의 종양 변이를 한 번에 평가해 암을 유발하는 변이를 특정할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암 생성을 유도하는 변이를 평가하기 위해 유전자 편집 기술인 염기 변환 유전자 가위로 세포 하나에 변이를 하나씩 도입한 뒤 세포의 성장을 가장 많이 촉진하는 변이를 대용량 유전자 분석 기술인 시퀀싱(sequencing) 기술로 관찰했다. 그 결과 세포의 성장을 크게 촉진하는 즉 암 생성에 관여하는 종양 변이 170개를 확인했다.

또한 종양 변이를 세포에 대량으로 도입 방법을 기반으로 폐암 환자에 사용하는 항암제 아파티닙에 내성을 보이는 종양 변이도 대량으로 확인했다.

이 기술은 향후 새로운 항암제를 만들 때도 사용할 수 있어 신약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표피 생장 인자 종양 변이(T790M)는 아파티닙에 내성을 보이며 폐암 세포를 활성하는 변이로 잘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표피 생장 인자(EGF)와 관련된 종양 변이를 생성한 뒤 정상 세포와 일대일로 대량 도입하고 아파티닙을 투여해 세포 수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표피 생장 인자 돌연변이(T790M)가 있는 세포는 아파티닙 투여에도 불구하고 활발하게 증식하는 것을 재확인함으로써 발굴법의 효용성을 입증했다.

김형범 교수는 “대량의 종양 변이 기능을 한 번에 평가해 암으로 이어지는 종양 변이를 구분할 수 있게 됐다”며 “이를 기반으로 종양 변이 치료제 개발에 더욱 힘을 실을 계획”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로 항암제 내성을 유발하는 종양 변이를 확인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항암제 내성을 보이는 종양 변이를 쉽게 찾아낼 수 있는 기술이기에 항암제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승호 기초 전공의는 “대량의 종양 변이 기능 평가 기술을 개발하면서 환자 개인의 유전체 정보를 치료에 활용하는 맞춤 의료에 한 걸음 나아갔다”고 덧붙였다.

김형범 교수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선정한 향후 가장 유력한 노벨상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으며, 유전자 가위 분야의 국제적 연구자로 세계적인 생명과학 전문 학술지 ‘셀(Cell)’에도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밖에 화이자의학상, 용운의학대상, 경암상, 아산의학상, 과기부 선정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등을 수상하며 권위 있는 의학연구자로 인정받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