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커머스 업체의 출점 후 인근 편의점, 기업형슈퍼마켓(SSM) 매출이 8, 9% 감소했다는 정부 연구 결과가 처음 나왔다. 이를 두고 퀵커머스 업체는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 반면, 연구를 수행한 산업연구원은 자료가 부족한 한계를 언급하며 "부정적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맞섰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소상공인정책포럼, 서영교·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퀵커머스는 유통의 미래인가? 유통시장의 변화와 상생의 과제 토론회’에서 산업통산자원부 산하 산업연구원은 2020년 7월부터 지난해 8월 사이 수행한 퀵커머스의 골목상권 영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산업연구원은 서울 관악·강서·강남구와 대전, 경기 김포시에 신규 출점한 B마트의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MFC) 5곳 인근 소매유통업체 7만1,370개의 3개월간 신용카드 매출을 비교했다. 편의점 매출은 8.4%, SSM 매출은 9.2%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구진경 산업연구원 서비스미래전략실장은 "B마트의 주력 상품이 가정간편식(HMR)과 도시락 등 소포장, 신선식품인 점을 고려했을 때 유사 상품군이 주력 상품인 업태의 매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퀵커머스가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이 실증적으로 나타난 것은 처음인 만큼 해석도 엇갈렸다. MFC의 골목상권 영향에 따라 현재 창고업으로 운영되는 MFC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B마트를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쿠팡잇츠를 운영하는 쿠팡 등이 가입한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두고 "MFC의 물리적 위치가 주변 소매 상권의 매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MFC가 소비자의 소매 상권 지출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더 나아가 인터넷기업협회는 "MFC 기반 퀵커머스 서비스가 해당 지역 소매 상권의 매출에 전반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며 "규제 논의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구를 수행한 구진경 실장은 "MFC를 기반으로 이동이 가능해 골목상권과의 지리적 거리가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지, MFC의 물리적 위치는 편의점과 SSM 매출에 영향을 주고 소비자 지출 변화에도 일부 영향을 미친다"고 반박했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유병국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도 "연구 결과 편의점을 제외하고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인데, 이를 두고 부정적 영향이 없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산업부와 산업연구원은 퀵커머스 업체의 매출액 등 자료 부족으로 인한 연구의 한계도 밝혔다. 정상용 산업부 유통물류과장은 "이런 연구는 처음이어서 초기에 시행착오가 많았다"며 "퀵커머스 업체의 매출액 데이터를 구하기 어려웠고, 퀵커머스는 이동 가능성이 커 경쟁상권을 어떻게 특정하느냐에 대한 한계도 있었다"고 말했다.
퀵커머스의 골목상권 진출에 영향을 받는 소상공인들은 플랫폼 규제와 공공플랫폼 확장을 강조했다. 이호준 한국편의점네트워크 사무총장은 "B마트의 취급품목이 해마다 늘어 현재 편의점 상품 수와 비슷한 7,000여 종의 물품을 취급한다"며 "배달의민족과 쿠팡의 오프라인 유통시장 공략은 골목상권과 중간 유통망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기에 플랫폼 영업시간 제한 및 품목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무조건 규제보다는 정부가 전통시장에서 퀵커머스 사업을 진행한 것처럼 중소상인을 위한 공공 플랫폼, 공공물류센터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퀵커머스 업체를 소매유통업으로 등록해 골목상권 영향을 관리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동주 의원실 관계자는 "MFC의 위치가 소상공인 매출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고는 보기 어려운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기존의 상권영향평가를 적용한 규제를 하긴 어렵다"며 "퀵커머스 업체의 매출액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 한계가 있으니 퀵커머스 업체를 소매유통업으로 정의해 정책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