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안 지킨 레고랜드 개장은 불법"… 또 논란 휩싸인 테마파크

입력
2022.05.02 14:00
시민단체 "중도 선사유적 착공 안하면서
유적 야적장 방치, 레고랜드 개장에 몰두"
문화재청 상대 법적 대응·강경투쟁 예고

어린이날(5일) 정식 개장을 앞둔 춘천 레고랜드 시행사가 테마파크 승인을 위한 조건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테마파크 예정부지에서 출토되자 강원도와 시행사인 중도개발공사가 약속한 유적전시관 등을 착공하지 않고 일부 유물을 방치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강원 춘천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으로 이뤄진 '혈세낭비 레고랜드 중단촉구 범시민대책위'는 2일 상중도 생태공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화재청의 조건부 허가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레고랜드 개장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레고랜드는 2014년 9월26일과 2017년 10월18일 강원도와 중도개발공사가 문화재청 매장문화재분과위원회에 제시한 집단 지석묘 이전복원과 선사유적공원조성, 문화재 보존지역 내 유물전시관 조성을 조건으로 허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2017년 심의내용엔 모든 조건이 레고랜드 개장과 동일이라고 명시된 만큼, 강원도와 중도개발공사가 허가사항을 하나도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레고랜드 개장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게 시민사회단체의 지적이다.

실제 중도개발공사가 유적공원조성 등을 위한 사업비 281억 원을 확보하지 못해 관련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선사유물이 야적장에 방치된 모습이 공개되며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강원도가 테마파크 준공과 개장을 강행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시민단체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대책위는 강원도는 물론 춘천시와 문화재청의 책임론도 제기했다.

조건부 승인 조건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음에도 레고랜드 준공을 허가한 건 춘천시의 불법적 직권남용이며, 이를 방기한 문화재청은 직무를 유기했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문화재 보존 책임을 망각한 문화재청과 불법과 탈법을 묵인하거나 동조한 강원도는 잘못을 고백하고 사법당국에 스스로 조사를 요구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불법 개장을 강행해 발생하는 모든 사태는 강원도와 중도개발공사의 책임"이라며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앞서 문화재청은 시민단체 민원에 대해 "유적공원 및 전시관 조성은 사업시행자인 강원중도개발공사가 지난해 6월 실시설계를 완료했고, 발굴이 완료된 레고랜드 테마파크에 유적 보존조치 이행 지연 사유로 지자체의 인·허가 사항인 개장 중단을 요청 할 수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했다.

도유지인 의암호 상중도에 자리한 레고랜드(28만㎡)는 5일 무려 11년 만에 정식 개장을 앞두고 있다. 최문순 도정의 첫해 시작해 세 번째 임기 막바지에 문을 여는 셈이다.

테마파크 운영사와 강원도는 40여개 놀이기구와 7개 테마구역으로 이뤄진 레고랜드가 어린이들의 천국이 될 것이라며 분위기는 띄우고 있다. 연간 200만 명 이상이 레고랜드를 찾아 5,900억 원 가량의 경제효과를 낼 것이란 전망도 빼놓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레고랜드를 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지난 11년간 도유지를 공짜로 내준 불공정계약을 시작으로 △시행사 뇌물비리 △강원도 고위공무원의 뇌물수수와 항명사태 △수익률 축소 의혹 등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은 탓이다.

여기에 선사유적지 등 약속은 지키지 않고 개장에만 몰두한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까지 더해졌다. 더구나 최근엔 개장을 앞두고 도청 직원들에게 공짜체험을 제공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강원도 관계자는 "약속한 유적공원과 박물관 조성에 대한 단계적 계획을 갖고 있다. 승인 조건에 기한을 못박은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박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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