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는 애도할 권리, 애도받을 권리를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인권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지난해 서울에선 856명의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했다. 장례를 치를 연고자가 없는 경우,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고인 사망 후 2주간 응답하지 않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비영리단체 '나눔과나눔'은 2019년부터 서울시와 업무계약을 맺고 무연고 고인의 공영 장례를 지원한다. 서울시립승화원에 마련된 전용 빈소에서 제를 올리고 화장 후 유골을 지자체 운영 시설에 안치한다.
나눔과나눔은 국민 기본권인 존엄권은 죽음 이후에도 보장돼야 한다며 보편적인 장례 공영제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만난 이 단체 김민석(29) 팀장은 "지난 2년간의 코로나19 상황은 민간 영역에 맡겨진 우리나라 장례 문화의 문제점을 낱낱이 드러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코로나19에 따른 장례시설 부족으로 무연고 사망자가 후순위로 밀렸다고 지적했다. 두 달 전엔 자택에서 숨진 이가 기관들의 책임 공방 속에 나흘간 집에 방치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변사자 수습은 경찰 몫이지만, 경찰은 안치실을 구하지 못하자 무연고 시신이라고 주장하며 관할 자치구에 책임을 넘겼다. 장례식장도 '가족이 없는 시신은 받아줄 수 없다'고 버티는 상황에 난감해진 동주민센터는 나눔과나눔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연고자의 시신 인수 의사를 2주간 기다린 후에야 공영 장례를 치를 수 있는 규정 때문에 단체가 도울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김 팀장은 "감염병으로 인한 재난 상황에서 화장장과 안치실 확충과 같은 대처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생긴 문제"라며 "정부에서 직접 운영하는 안치실이나 장례식장이 있었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례 대란의 여파는 시신을 인수한 유족에게도 미쳤다. 경제적 어려움 탓에 하루나 이틀만 장례를 치르려 해도, 장례식장에서 최소 3일장을 치를 비용을 내야 빈소를 내주겠다고 나왔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직접 장례를 치르고 싶어도 장례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공영 장례를 부탁하는 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2015~2019년 연평균 360명 수준이던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9년 665명, 지난해 856명을 기록, 코로나19 유행을 기점으로 급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 팀장은 그러나 무연고 사망 증가의 근본 원인은 전통적 가족 붕괴와 가족간 단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독사와 무연고 사망은 다르다"며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경제적 위기가 가족 단절로 이어져 몇 년 후 무연고 사망이 늘어날 수 있겠지만, 지금의 무연고 사망자 증가를 코로나와 직결한다면 올바른 대책이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장기적으로 '장례의 공공성'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평균 장례비는 1,380만 원에 달한다. 그는 "요즘 젊은 세대는 형제도 많지 않아서 집안의 장례 비용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노후를 위한 요양보험도 있는 우리나라 수준이라면, 가족 유무, 자본 유무에 따라 죽음을 애도할 권리를 박탈당하지 않도록 국가가 장례를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나눔과나눔이 20년 뒤엔 문을 닫을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있다. 장례가 공공 영역으로 온전히 넘어가 시민사회단체의 역할이 더는 필요 없는 시대를 바라는 것이다. 김 팀장은 "나만의 웰빙과 웰다잉을 넘어서 이웃의 죽음에 관심을 갖고 사회적 애도, 공공의 애도를 이야기하는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