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여성 인턴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던 미국 아이다호주(州) 주의원이 결국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성폭행 단죄가 여전히 드물다는 지적이 많다. 또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오히려 온라인 공간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재판 증언 도중 뛰쳐나갈 정도로 트라우마가 심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미 AP통신에 따르면, 피해자 제인 도(가명)는 아이다호 주정부에서 인턴 생활을 하다 애런 본 엘링거 주의원을 만났다. 지난해 3월 9일(현지시간) 밤은 도에게 악몽 같은 날이었다. 엘링거 의원은 아이다호 주도 보이시의 한 식당에서 도와 저녁을 먹은 뒤 아파트로 데려갔고 폭력과 함께 성폭행을 가했다.
도는 이틀 뒤 주정부 청사에서 상관에게 성폭행 사실을 보고했고 경찰 조사가 시작됐다. 의회 윤리위원회 조사, 검찰 기소 및 재판 개시 등을 거쳐 지난달 29일 드디어 단죄가 이뤄졌다.
배심원들은 이날 엘링거 전 의원의 강간죄를 유죄로 인정했다. 강간 중범죄 유죄 판결은 아이다호주에선 최소 1년의 징역형을 선고하게 돼 있다고 AP는 보도했다. 법관의 재량에 따라 종신형도 가능하다. 형량 선고는 오는 7월로 예정돼 있다.
도에게 지난 1년은 기억하기 싫은 시간의 연속이었다. 엘링거의 동료인 공화당 소속 프리실라 기딩스 주의원은 사건 공개 직후 도의 인적사항이 담긴 기사를 페이스북과 뉴스레터 등에 공유했다. 또 엘링거의 지지자들이 도를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고 괴롭히는 일도 반복됐다.
도는 이번 재판에 출석했지만 배심원 앞에서 자신이 성폭행당하는 장면을 설명하다 “이럴 수 없다”면서 법정을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얀 베네츠 검사는 “이번 사건 피해자인 제인 도가 나서기까지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엘링거 전 의원은 지난달 28일 마지막 증언에서도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주장하며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같은 성폭행 단죄 자체가 드문 일이라는 한탄도 나온다. 미국의 성폭행 조사단체 ‘RAINN’ 집계 결과 성폭행의 3분의 1만 경찰 신고가 이뤄지고, 체포되는 성폭력범 비율은 5%에 불과했다. 유죄 판결은 더욱 드물어 2.8%만이 중범죄로 단죄됐다.
AP는 “미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경찰에 성범죄 신고를 하지 않기로 선택한 성폭력 피해자 중 5분의 1이 보복 공포를 1차 이유로 꼽았다”고 전했다. 게다가 피해자들은 성폭력 신고 후 끊임없는 조사, 자신의 피해 이야기를 다시 법정에 나와 들려줘야 하는 괴로움과 트라우마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번 사건 피해자 도가 재판 증언 도중 설명을 못하겠다며 발언을 중단한 것도 마찬가지 경우다.
뉴욕시립대 심리학과 교수이자 성폭행 예방과 공공정책 전문가인 엘리자베스 제글릭은 “피해자들이 성폭행 사건을 이야기할 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경험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며 “(성관계) 동의의 이해, 강간은 어떤 것인지, 권력 차이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하는 게 미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라고 AP에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