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선두 울산 현대가 조호르FC(말레이시아)에 다시 한번 패해 16강에 탈락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전남 드래곤즈는 빠툼 유나이티드(태국)와 무승부에 그쳤다. 홈 이점을 등에 업은 동남아 축구에 설욕한 것은 대구FC뿐이었다.
울산은 30일(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의 술탄 이브라힘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호르와의 조별리그 I조 최종 6차전에서 1-2로 패했다. 2020년 우승 이후 2년 만에 아시아 왕좌 탈환을 노렸던 울산은 2017년 이후 5년 만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특히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말레이시아 팀, 조호르에만 2패를 당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코로나19로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이 아니라 동남아에서만 경기가 진행된 것이 변수였다. 먼 거리의 운동장을 다른 클럽과 나눠 쓸 수밖에 없는 훈련 환경도 문제였다. 경기 날에는 수많은 관중이 몰려와 상대팀을 응원했다. 무더운 날씨 속 장기간 일정으로 지친 울산은 결국 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여기에 동남아 팀들도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조호르의 브라질 출신 베르그송과 아르헨티나 출신 벨라스케스는 남미 특유의 예리함으로 울산을 공략했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어려운 일정으로 견뎌내기 힘들었지만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실점 내용은 다시 한번 봐야겠다. 아마 체력적인 어려움이 있지 않았나 싶다"고 돌아봤다.
전남 드래곤즈는 태국 빠툼 타니 스타디움에서 열린 빠툼과의 G조 최종 6차전에서 0-0 무승부에 그치며 16강에 탈락했다. 지난해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 우승하며 K리그2 팀 최초로 ACL 무대를 밟은 전남은 필리핀의 유나이티드 시티에 2승을 거뒀으나 멜버른 시티(호주)와 빠툼에 각 1무1패를 기록하며 조 3위에 머물렀다. 전경준 전남 감독은 "결과를 내지 못한 건 전적으로 감독인 제게 (책임이) 있다"며 "크고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결과를 내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대구는 설욕에 성공했다. 대구는 태국 부리람의 부리람 스타디움에서 열린 라이언시티(말레이시아)와의 ACL F조 조별리그 최종 6차전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쏟아지는 폭우로 역대급 수중전을 펼쳤고 결국 약 1시간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으나, 대구는 오히려 경기 재개 이후 역전에 성공했다. 대구는 4승1무1패(승점13)로 우라와 레즈(일본·승점13)와 승점 동률을 기록했지만, 상대 전적에서 1승1무로 앞서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알렉산더 가마 대구 감독은 "미친 경기였다.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결국 이겼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H조 전북 현대는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안정적 경기력을 보이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5차전에선 시드니FC를 3-2로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