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내놓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손실보상안에 대해 자영업단체들이 "공약에서 후퇴했다"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①윤 당선인이 공약했던 손실액 소급 적용이 보상안에서 빠진 데다 ②그마저도 업종별‧피해규모별로 차등지원하겠다고 밝혀 기존보다 지원규모가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29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전날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발표한 인수위의 코로나19 소상공인 손실보상안에 대해 "너무나 실망스럽다. 당선인의 의지가 담긴 안인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발표는 기존에 (국민의힘이) 비판해 왔던 정부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날 인수위는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을 발표하며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소상공인‧소기업 551만 개사가 54조 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매출이 감소한 사업체에서 방역 조치로 발생한 영업 이익 감소액을 기준으로 집계한 것이다. 인수위는 추계 결과를 토대로 개별 업체의 규모, 피해 정도, 업종별 피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차 추경 통과 즉시 소상공인 피해지원금을 차등 지급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구체적인 액수와 차등 기준은 이날 밝히지 않았다.
이 사무총장은 "전체 손실액을 계산한 시도 자체에는 점수를 드릴 수 있다"면서도 "54조 원이 제대로 된 추정일까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든다. 3월말 종료된 코로나19 대출만기 연장 규모가 120조 원"이라고 지적했다.
이보다 문제는 대선 당시 '손실액 소급‧일괄지급'을 골자로 한 윤 당선인의 '1호 공약'과 어제 발표한 인수위 보상안의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이 사무총장은 "차등해서 얼마를 지원하겠다는 건지 (어제 발표에서) 구체적으로 안 나왔다"면서 "600만 원이라는 상한선은 발표가 됐는데 차등을 해서 그보다 피해가 적은 업체들은 얼마를 주겠다는 건지 금액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은 깜깜이 상태"라고 말했다.
'손실보상률을 현행 90%에서 100%로 인상하고, 하한도 5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높이는 건 진전된 거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가장 중요한 소급적용이 통째로 빠졌기 때문에 사실상 그동안 자영업자에게 호응을 얻었던 당선인의 공약 부분을 감안하면 진전이라기보다 후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답했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에 대해 정부의 '패키지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사무총장은 "대출이 더 필요한 분도 있고, 대출이 너무 많아 탕감하거나 장기상환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며 "폐업이나 파산한 자영업자들이 다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게 신용회복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윤 당선인 공약 중 상가 반값 임대료가 있었다"며 "이게 병행되지 않으면 피해지원을 받더라도 상당수 금액이 임대료로 간다"고 덧붙였다.
자영업자들이 요구하는 건 공약을 더 이상 후퇴시키지 말고, 새 정부 출범 시 즉각 지원해 달라는 것. 이 사무총장은 "손실보상이나 피해 지원 규모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게 속도"라며 "여야가 빨리 합의해 속도를 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지금의 안을 받기보다 오히려 추경안을 더 증액해서 자영업자들이 빨리 회복될 수 있게 앞장서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