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금지가 28일부터 시작되면서 팜유를 쓰는 화장품과 생활용품도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식품에 들어가는 식용유와 RBD 팜올레인에 한해 수출을 중단하겠다던 기존 방침과 달리, 이날 돌연 팜유 원유(CPO)와 RBD 팜유까지 무기한 수출 중단해 관련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 팜유 가격은 1톤당 1,453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팜유 수출 1위인 인도네시아는 자국 내 가격 안정화를 위해 이날부터 팜유 수출 금지에 나섰다.
식물성 기름인 팜유는 지방산, 글리세린, MCT오일, 계면활성제 등과 지방산에서 파생되는 지방알코올류의 원료로 화장품과 생활용품 전반에 사용된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연간 약 2만3,000톤의 팜오일 및 팜 유래 원료를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지방산과 글리세린의 가격이 올라 최근 단가가 전년 대비 300% 이상 급증했다. LG생활건강의 경우 생활용품에 들어가는 팜 스테아린 오일의 지난해 매입금액은 1톤당 1,291달러로 전년 대비 88.7% 올랐고 애경산업도 지난해 팜유 원유 매입금액이 861달러에서 1,372달러로 59.3% 증가했다.
업계는 올해 들어 한 차례 제품 출고가를 인상했는데 팜유 매입이 어려워지면서 추가 인상 부담에 생산 차질까지 걱정하게 됐다. 당장은 3~4개월 분량의 팜유 유래 원료를 비축해두고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생활용품은 대체하기 쉬운 소비재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격을 올리기 어렵다"며 "팜유 원가를 출고가에 적극 반영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계 2위 수출국인 말레이시아의 팜유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도 업계에는 부담이다. 27일 말레이시아의 팜 오일 가격은 전일 대비 9.8%나 급등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5, 6월은 말레이시아 팜유 공장이 정기점검을 하는 기간이라 생산을 중단하고 기존 생산량으로 버틴다"며 "수출 1, 2위 국가에서 팜유가 안 나오면 여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급 불안정이 장기화될 우려도 있다. 팜유 소비 1위 중국의 최근 봉쇄 정책으로 소비량이 줄었는데, 향후 봉쇄 해제로 소비가 늘면 팜유 가격 추가 상승 및 수급난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인도네시아 경제에서 팜유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사태가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통기한이 짧은 팜유 원유의 특성상 수출하지 않아 남는 재고의 처리가 어렵고 타국의 수출 요구 압박, 선적 일정 지연 상황에 대한 부담도 크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5월에 있을 이슬람 종교 축제 '이드 알 피트르'가 끝나면 차차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