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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유뿐 아니라 원유까지 수출금지” 말 바꾼 인니… 미궁에 빠진 팜유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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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팜유 생산ㆍ수출국인 인도네시아가 팜유 전체 상품에 대한 수출금지 조치를 전격적으로 실시했다. 당초 무역수지 적자를 우려해 정제ㆍ표백ㆍ탈취(RBD) 팜올레인의 수출만 금지하려 했으나, 현지 식용유 공급시장과 여론이 악화되자 정책 방향을 하루 만에 뒤집었다. 국제 팜유·식용유 시장이 혼란에 휩싸이면서 한국에도 물가 상승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28일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RBD 팜올레인 수출금지 조치 발동을 몇 시간 앞둔 전날 밤 기자회견을 열고 "RBD 팜올레인은 물론, 원유와 사용된 식용유(Used Cooking Oil) 등의 수출도 금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팜 열매를 압착해 만든 원유부터 팜유 파생 상품 전체를 금지 품목으로 설정해 내수 시장 안전에 주력하겠다는 취지다. 수출금지는 자국 내 벌크 식용유 리터(L)당 가격이 1만4,000루피아 미만으로 떨어질 때까지 유지된다. 현재 인도네시아 벌크 식용유 가격은 2만 루피아를 상회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민의 기본 수요 충족이 최우선일 수밖에 없다"고 정책 전환의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현지에선 시장 상황 예측에 실패한 정부가 민심의 추가 동요를 막기 위해 '극약 처방'을 내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체 팜유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RBD 팜올레인 내수 전환' 정도면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자국 내 식용유 품귀 현상도 해결될 것이라 봤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는 얘기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팜유 재배ㆍ수출업자들은 지난 25일 정부의 RBD 팜올레인 수출금지 조치가 발표되자 재빠르게 움직였다. 팜 정제 공장으로 보내질 수확 물량을 팜 원유 수출라인으로 돌린 것이다. 당연히 인도네시아 식용유 가격은 내려가지 않았고, 오히려 일부 지역에선 2만7,000루피아까지 가격이 올랐다. 시민들은 즉각적으로 분노했다. 수도 자카르타와 전국 각지에서 시위가 이어졌고, 현장의 구호는 '정권 퇴진'으로 확장됐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내달 5일부터 열흘간 이어질 최대 명절 '르바란'이 시작되기 전에 수습책을 내놔야 할 부담이 커졌다. 정부는 작심한 듯 군까지 동원했다. 인도네시아 해군을 이날 주요 항 연안에 배치, 불법 수출을 시도할지도 모르는 팜유 선적 선박들의 이동을 원천 봉쇄했다.
인도네시아발(發) 팜유 대란은 한국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팜유의 99%를 세계 2위 생산국인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하지만, 인도네시아 물량이 시장에 계속 공급되지 않을 경우 말레이시아 팜유 가격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전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거래소의 팜유 국제 거래가격은 9.8% 폭등했다.
말레이시아 팜 농가의 불안정한 생산력도 숨은 악재다. 최근 인도와 중국 등 주요 소비국은 인도네시아 대신 말레이시아를 팜유 주거래국으로 바꾸고 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는 부족한 노동력 탓에 최근 폭증한 주문량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금지를 언제까지 유지할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비마 유히스티라 자카르타 경제법연구소 연구원은 "팜유 수출금지로 인도네시아는 한 달에 30억 달러 안팎의 수입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며 재정 문제 등으로 정부가 내달 중 금지 조치를 풀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올해 초부터 팜유 내수의무 공급제·가격상한제·보조금 지급 등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했음에도 식용유 정상 공급에 실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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