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그간 이 문제로 다퉈왔는데, 현 정부가 총대를 메는 셈이다. 하지만 양측 모두 다 속 보인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 상황에서 실외 마스크 착용이 방역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도 맞지만, 반대로 '마스크 프리 선언'을 한다 해서 야외 어디서든 일체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일시에 해제되는 것도 아니다. '10명 이하일 경우' 등 조건이 붙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럼에도 실외 마스크 해제 시점을 두고 신구 권력이 신경전을 벌이는 것 자체가 정치방역이라는 지적이다.
28일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김부겸 국무총리는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는 방침을 밝힐 계획이다. 인수위와 의료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거리두기 해제 이후에도 확진자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 △중증화율, 사망률, 병상 가동률 등 주요 관리 지표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백신 접종이 이어지면서, 이미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신규 확진자 증가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서울대 연구팀은 올해 1~3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었던 25개국을 대상으로 '공원으로 이동량 증가'가 확진자 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는데, 결과는 신규 확진자 수에 거의 변화가 없다는 것이었다. 또 실외 마스크를 벗은 뒤 호주, 아일랜드, 핀란드 등은 확진자가 줄어들기까지 했다. 이 때문에 '실내 활동이 야외 활동으로 전환되면서 오히려 코로나 감염 위험도가 줄어들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물론 그렇다 해서 모든 실외에서 마스크를 다 벗을 수는 없다. 실외라 해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스포츠 경기장이나 콘서트장, 날이 더워지면서 에어컨 가동도 늘어날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곳에서 야외니까 마스크를 마음 놓고 다 벗으라 할 순 없다.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때처럼 '공간 크기'와 '밀집 인구 수' 등을 기준으로 야외 마스크 해제 여부를 어느 정도 구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에어컨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6월부터는 실내 밀폐 환경이 조성되면서 확진자가 더 늘어날 우려가 있다"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어진다 하더라도 붐비는 지하철 역 등 위험도가 높은 곳에서는 마스크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 또한 "전면, 완전 해제는 아니고 다중밀집된 곳은 마스크를 써야 한다"며 "예를 들면 10명 이상 모인 곳은 마스크를 쓰게 한다든가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신구 권력은 그간 실외 마스크 의무 해제 문제를 두고 투닥거렸다. 현 정부는 지속적으로 마스크 프리 선언을 하겠다는 시그널을 내보였고, 이를 두고 인수위는 5월 하순에나 해제 여부를 결정하자고 반발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까지 나서서 공개적으로 "우리가 5월 말에 하자고 권고했으니 지켜보겠다"며 현 정부를 압박했고, 현 정부는 그 때문에 마스크 프리 선언을 늦추면 그게 오히려 정치방역이란 논리로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를 밀어붙일 기세다.
양측의 이런 '마스크 밀당' 자체가 정치방역이란 비판은 이 때문에 나온다. K방역의 성과물이랄 수 있는 마스크 프리 선언을 자기 몫으로 두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가 엔데믹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든 할 수밖에 없는 마스크 프리 선언보다 정부는 대면진료 확대, 먹는 치료제 추가 확보 방안 같은 데 좀 더 집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