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의혹' 사건의 최종 처분을 앞두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장인 김진욱 공수처장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의 관심이 워낙 컸던 사건이라,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검사(대구고검 인권보호관)와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어떤 처분을 내리든 논란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수처 기대와 달리 최근 불기소처분을 권고한 공수처 공소심의위원회 결정도 김 처장으로서는 부담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르면 이번주 손 검사와 김 의원의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해 9월 두 사람을 입건한 뒤 7개월가량 끌어온 수사의 종지부를 찍게 되는 셈이다. 손 검사는 2020년 4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 근무할 때 직원들에게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작성과 정보 수집을 지시하고, 이를 김 의원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수처가 공소심의위 권고를 받아들여 두 사람을 불기소 처분할 경우, 공수처는 부실 수사를 자인하는 꼴이라 거센 비판이 예상된다. 공수처는 지난해 10~11월 세 차례에 걸쳐 손 검사에 대해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잇따라 기각되면서 이미 '무리한 수사'라는 질타를 받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가 아마추어 수사기관이란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건 고발사주 의혹 수사에 올인했기 때문"이라며 "아무 성과 없이 마무리할 경우 '보복 수사' '청부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수처가 두 사람을 기소할 경우 공소심의위의 불기소 권고를 무시하는 것이라 후폭풍은 감수해야 한다. 공소심의위 결론이 공수처의 최종 결정에 강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수처는 지난해 8월과 올해 2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김형준 전 부장검사에 대해선 공소심의위의 기소 권고를 받아들였다. 공수처는 당시 "검찰과 달리 공수처는 100% 법률가로 구성된 공소심의위원회의 전문성을 보장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결국 공수처가 공소심의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면 특별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한 검찰 간부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까지 입건한 터라, 수사 결과에 따라 정치적 해석이 덧씌워질 가능성이 높다"며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 공수처가 자초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