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취임 후 20일 국정운영이 지방선거 판세 좌우

입력
2022.04.27 16:00
24면

편집자주

‘송용창의 정치행간’은 의회와 정당, 청와대 등에서 현안으로 떠오른 이슈를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정치적 갈등과 타협, 새로운 현상 뒤에 숨은 의미와 맥락을 훑으며 행간 채우기를 시도합니다.


6·1 지방선거의 여야 대진표가 속속 확정되면서 대선 연장전 성격도 짙어지고 있다. 0.73%포인트 표차의 대선 이후 허니문 기간도 없이 여야 및 신구 권력 간 충돌이 이어지다 보니 지방선거 승패가 윤석열 정부의 초반 국정과 거대 야당이 된 민주당의 향방을 좌우하는 기로가 된 셈이다.

현재로선 민심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장담하기 어렵다. 뚜렷한 국정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채 인사 난맥만 노출한 새 정부에 회초리를 들지, 대선 패배에 대한 아무런 반성도 없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매몰된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심판의 마침표를 찍을지는 예측 불허다. 비호감 대선 때처럼 양쪽 모두 중도 확장력은 거의 없는 비호감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이나 민주당 모두 강성 지지층 결집에만 골몰해 6·1 지방선거도 대선 때처럼 비전이나 정책 어젠다 없이 진영 간 대결이 될 공산이 커졌다”고 말했다. 대선에서 맞대결을 펼쳤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이재명 전 경기지사 역시 지방선거 배후의 윤심(尹心)과 명심(明心)으로 등장해 대결을 이어가는 양상이어서 지방선거 성적표가 각자의 정국 주도권이나 당권 장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윤심 대 명심 재대결

6·1 지방선거의 특징이 가장 도드라진 곳은 경기지사 선거다.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와 김동연 민주당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부터 윤심과 명심의 지원을 받아 대선 2라운드 성격이 뚜렷하다. 후보 확정 직후부터 상대를 향해 “윤 당선인의 아바타" "국정운영 초보"(김동연)라거나 “문재인 정권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의 요체" "이재명 전 지사를 계승하겠다고 했는데 대장동도 계승하나”(김은혜) 등 날 선 공세를 쏟아내고 있다. 대선 당시의 네거티브 프레임과 다르지 않다.

경기는 대선 당시 이 전 지사가 5%포인트 앞섰던 곳으로 민주당 우세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윤 당선인 측이 당내 경선에서 유승민 전 의원을 겨냥하는 후보를 내는 ‘윤심 논란’을 일으켜 선거 패배 시 윤 당선인이 직접 부담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이길 주자 대신 측근 인사를 내세워 패했다는 책임론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유승민 전 의원이 경제 전문가에다 확장성을 갖춰 훨씬 어려운 상대가 됐을 텐데 한숨 돌리게 됐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오세훈 현 시장 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간 대결로 굳어지는 서울은 경기와는 정반대 측면에서 엇비슷하다. 서울은 윤 당선인이 대선에서 5%포인트 앞섰던 데다 오 시장의 개인기까지 더해져 국민의힘 우세지역이지만 민주당 내에서 송 전 대표 출마 과정을 두고 잡음이 그치지 않았다. 명심의 지원을 받는 송 전 대표가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곧바로 선거에 나섰다가 큰 표차로 패하면 이 전 지사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현 구도대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서울과 경기를 나눠 가지면 양당의 최종 성적표를 좌우하는 곳은 충청권과 강원 등이다. 대선 득표율만 놓고 보면 국민의힘은 광역자치단체 17곳 중 서울·부산·대구·대전·울산·충북·충남·경북·경남·강원 등 10곳, 민주당은 경기·인천·광주·세종·전남·전북·제주 등 7곳이 우세하다. 집권 초기 지방선거는 통상 여당이 압승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 성적대로만 나와도 국민의힘은 이겨도 이긴 선거라고 하기 어렵다. 충청과 강원 등에서 추가로 한두 곳에서 더 진다면 선거 패배로 인식돼 윤석열 정부의 초기 국정동력이 휘청거릴 수 있다.

반성 없는 재대결…중도층 고민은 계속

윤심 대 명심 대결뿐만 아니라 대선 결과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이 여야 간 강 대강 대결이 이어지는 것도 이번 지방선거를 대선 연장전으로 보게 하는 대목이다. 윤 당선인 측의 한동훈 법무장관 카드나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강행 간 충돌은 대선 당시의 갈등이 오히려 더 심화한 꼴이다. 양당 모두 대선 이후에도 국민 통합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지지층 결집과 갈라치기의 진영 대결을 이어가는 셈이다. 비호감 대선에서 표심을 정하는데 고민이 많았던 중도층이 지방선거에서도 비슷한 선택에 처하게 된 것이다.

당장은 윤 당선인에게 악재가 적지 않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검수완박 법안의 중재안에 합의했다가 이를 번복해 자중지란에 빠졌고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 등 여러 내각 후보를 두고서 부실 인사 논란도 거세다. 인수위 기간 대통령 집무실 이전 외에 눈길을 잡을 만한 국정 어젠다도 거의 나오지 않아 정권 교체의 신선함도 찾기 어렵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헛발질과 반사 이익에만 기대다간 낭패를 볼 가능성도 크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지방선거가 아직 한 달이나 남았는데, 민주당이 인사 이슈를 그때까지 끌고 가면 되레 발목잡기 논란에 빠질 수 있다”며 “대통령 취임 이후 국면이 바뀔 수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5월 10일 취임식 이후 청와대 개방과 첫 한미정상회담 등을 거치면 새 정부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북한이 정권교체에 맞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대형 도발에 나설 경우 윤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과 한미 공조 강화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취임 직전 첫 내각 인사 논란으로 지지율이 크게 추락했다가 첫 한미정상회담과 대북정책 등으로 국정동력을 만회했다.

정국 주도권과 당권 가를 지방선거 성적표

지방선거 성적표가 윤 당선인의 국정 주도권과 직결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선거에 승리하면 여소야대 상황에서도 윤석열표 국정 과제를 밀어붙일 수 있는 강력한 동력을 확보하게 되지만 선거 패배 시 여당을 친윤 체제로 재편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내 비윤(非尹) 세력이 구심점이 없긴 하지만 ‘윤핵관’에 대한 견제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방선거 결과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쪽은 아무래도 이 전 지사다. 지방선거에 이어 치러지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 당대표 출마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퇴임 후 친문계의 구심점이 약화된 상태에서 조기에 당권을 잡은 뒤 친이 체제를 굳혀 차기 주자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려는 포석이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명심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민주당이 대선 때보다 성적이 더 떨어지면 당권 장악이 뜻대로 이뤄지지 못할 수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 이후 민주당 의원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이합집산하는 과정인데 지방선거 후 당권을 놓고 새로운 계파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대선이 0.73%포인트 표차의 아슬아슬한 승부가 나오면서 여야 간 정쟁과 내부 권력 경쟁도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6·1 지방선거가 여기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송용창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