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아슬아슬 문재인-손석희 논쟁적 대담 "기획 의도대로였다"

입력
2022.04.27 14:00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
"문 대통령, 대담에서 하고 싶은 말 다 한 듯"
"비슷한 시기 윤석열 유퀴즈 출연, 공교롭다"
"퇴임 후 대통령 걸고 넘어지면 물어버릴 것"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문재인 대통령과 손석희 전 JTBC 앵커의 대담에 대해 문 대통령이 크게 만족했다면서 민감한 질문은 기획 의도에 포함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27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한 탁 비서관은 손 전 앵커의 질문이 '예의가 없었다'거나 '강한 질문이 많았다'는 평가에 "손석희 앵커의 역할은 당연히 그래야 한다"면서 "예리하고 예민하고 공격적인 질문을 해야만 대통령이 말을 아꼈던 부분을 다 꺼내 놓을 수 있기 때문에 논쟁적 사안에 대한 대통령의 마지막 회고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그런 구도가 더 맞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담 결과물에 대해 "대통령은 무척 만족하고 관저로 돌아갔다"면서 "본인이 하고 싶은 말씀을 다 하신 거 같은 걸 느꼈고, 그동안 문재인 정부 전체를 둘러싼 여러 의혹과 프레임들, 적극적으로 공박하지 못했던 것들까지도 대통령께서는 다 말씀하셨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측의 '내로남불'이라는 혹평에 대해서는 "내로남불은 그쪽에서 이미 가져간 걸로 알고 있다"면서 최근 윤석열 정부 내각 인사 논란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탁 비서관은 "요즘은 '이준잣대'라는 말이 많더라"면서 "이준석(국민의힘 대표)의 이중잣대, 윤석열 당선인의 룰, 자기들만의 룰과 잣대를 가지고 있는 거 아니냐는 표현이 훨씬 더 와닿더라"고 반격했다.



"청와대 개방 지켜봐야... '유퀴즈' 측은 아무 얘기 못할 것"



탁 비서관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청와대 개방 방침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탁 비서관에 따르면 이미 청와대 주변 공간 대부분은 개방돼 있고, 사무실과 여민관 정도만 남아 있는 상태다. 그는 "뭘 더 개방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면서 "과연 본관이나 상춘재 안까지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나 생각이 들고 그걸 다 열어놓고 사람들이 들어오게 한다면 관리가 될까 하는 의문도 있다"고 밝혔다.

탁 비서관은 이어 "개방을 해도 개방의 형식이 있다. 창경궁의 경우 늘 문화해설사가 동행해서 정해진 시간에 일종의 투어를 하게 하는데 거기 보존할 가치도 많고 완전히 오픈할 경우 훼손될 염려도 있어서 문화재를 유지하려고 하는 형식"이라면서 "이전에 저희가 하려고 했던 것이 문화해설사 방식인데, 이번에는 그렇게 안 하고 막 들어가게 하겠다는 것인지, 그렇게 하는 게 좋은 건지 두고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선 "이쪽으로 안 들어오기 때문에 인수인계할 게 거의 없고 새 정부가 문재인 정부에 크게 인수인계받으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아서 여러 면에서 짐 싸기가 한결 수월하다"면서 "실무자로서는 비극적"이라고 밝혔다.




윤 당선인의 '유 퀴즈 온 더 블록' 출연에 대해서는 "당선인에 대해서는 직접 얘기하는 것은 피하고 싶다"면서도 "대통령은 손석희 앵커와 1대1 대담하는 즈음에 유재석씨와 예능 프로그램 나갔다는 게 공교롭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과 손 전 앵커의 대담은 15, 16일 녹화돼 25, 26일 방송됐고 윤 당선인의 예능 출연분은 13일 녹화돼 20일 방송됐다.

앞서 탁 비서관은 청와대 측에서 '유퀴즈'에 대통령과 청와대 이발사, 조경 관리자, 구두 수선사 등의 출연 의사를 타진했다가 거절당한 적이 있다고 공개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유퀴즈라는 프로그램이 그동안 보여줬던 형식이 유명인을 중심으로 한다기보다는 화제의 인물이 중심이었다"면서 "저희도 그렇게 대통령보다는 이발사라든지, 수목을 가꾸시는 분이라든지, 구두 수선을 하시는 분들, 이런 분들을 중심으로 제안했다"고 공개했다.

제작사인 CJ ENM 측은 청와대의 출연 요청이 없었다고 부정했으나 재반박이 나온 후에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현재는 청와대에 이어 김부겸 국무총리와 이재명 전 경기지사(민주당 상임고문) 측도 '유퀴즈' 출연 의사를 타진했지만 거부됐다고 밝히면서, 윤 당선인의 '유퀴즈' 출연과 맞물려 논란이 일고 있다.

탁 비서관은 "(CJ 측으로부터) 연락이 한 번 왔었다. 얘기가 있었지만 저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 그쪽에서도 아마 아무 얘기 못 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일상 소소하게 꾸리며 잊히려고 노력할 것"



탁 비서관은 대담 중 문 대통령의 "내가 제왕적 대통령이었을까"라는 반문에 대해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대통령이 마음대로 사용한 적이 있느냐, 혹은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양쪽 측면을 같이 생각해보라고 던진 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대통령이 본인에게 부여된 권한을 행사하면 그것을 제왕적 리더십이라고 하고, 하지 않으면 답답하다, 고구마니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서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은 헌법 안에서 진행되어야 하고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할지라도 여론과 국민들의 생각을 읽어가면서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탁 비서관은 "문 대통령은 5년 동안 그런 식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해 왔고, 그에 대해 당대의 평가도 중요하겠지만 좀 더 시간이 흐른 다음에는 또다시 평가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퇴임 이후에 대해서는 "잊히려고 엄청나게 노력할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사라진다거나 잠행을 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본인의 일상을 소소하게 꾸려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퇴임하신 후에는 정말 행복하게 남은 삶을 사셨으면 좋겠다. 퇴임 후에 대통령을 걸고 넘어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걸고 넘어지면 물어버릴 것"이라고 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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