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파행을 빚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한 후보가 자료제출 요구를 거절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이어가면 총리 인준표결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 경고하고 나섰다. 한 후보자가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근무할 당시 호화 저택에서 고위층 상대 접대를 담당했다는 새 의혹까지 나온 만큼 성실히 자료를 제출하고 관련 의혹에 해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강병원 의원은 2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후보가 김앤장에서 얼굴마담 역할을 한 건지, 뭔가 기업인들과 연결해주는 브로커 역할을 한 건지 검증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강 의원은 전날 한 후보가 김앤장 근무 당시 회사 소유의 서울 종로구 운니동 한옥 저택에서 VIP 고객을 상대로 여러 차례 접대에 참석한 사실을 폭로하며, 과거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쌓은 정재계 인맥을 고객 접대에 활용해 고액의 고문료를 받은 게 아닌지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은 "해당 시설은 김앤장이 해외 고객들에게 한국 전통문화를 보여줄 목적으로 보유 중인 전통가옥으로 지극히 합법적인 장소"라고 해명했다.
강 의원은 '한 후보자가 고문 활동이 아니라 결국 브로커 내지 로비스트 활동이란 의심인가'란 질문에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해명하고 있는데 합리적 수준에서 의심할 만한 부실한 해명이기 때문에 청문회에서 더 파보려 한다"고 답했다. 이어 "후보자만 동의하면 김앤장 측에서도 이 의혹의 중심에 김앤장이 설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라며 "후보자 의지의 문제이지 후보자가 김앤장을 핑계 대면서 나는 못 내겠다고 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 의원은 한 후보자의 대한무역협회장 당시 비용 지출, 부인 그림 판매 등 다른 부분의 의혹 역시 한 후보 의지만 있으면 말씀히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역협회장의 경우 퇴직금을 포함해 23억 원을 받았는데 본인이 썼던 업무용 신용카드 내역 같은 것을 주지 않는다"라며 "배우자 그림 판매 관련해서도 사생활 침해 이유로 안 준다. 이런 부분에 대한 자료를 제출할 때 국민적 의혹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것들을 내지 않고서 청문회 자리에 와서 그냥 모르쇠로 버티고 뭉개고 시간만 때운다면 인준보고서 채택이라든지 인준 절차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겠느냐"라고 덧붙였다.
강 의원은 일각에서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5월 2, 3일로 잡힌 것을 두고 시선 분산이 된다는 지적에 대해 "증인에 대한 소환 통보를 새로 하려면 5일의 시간을 줘야 한다. 결과적으로 5월 2, 3, 4일밖에 시간이 안 나온다"고 답했다. 이어 "순리에 맞게 한 것이지 시선 분산을 우려해서 오늘 내일로 잡았다면 안 나오는 증인들을 강제할 방법이 없어지게 된다. 이게 오히려 더 정략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갈등이 극심한 만큼 오히려 한 후보자 청문회를 5월 초로 미루는 게 더 좋다는 의견도 내놨다. 강 의원은 "검찰 정상화법들을 민주당이 강한 의지를 갖고 중재안을 법제화해서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시키지 않았느냐"라며 "이것이 오늘, 내일, 모레, 며칠 동안 국민의 시선을 다 사로잡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25, 26일 열렸지만 자료 제출을 둔 여야의 갈등으로 파행을 거듭한 끝에 종료됐다. 이달 7일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된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 시한은 26일까지로, 이미 인사청문회법상 국회 인사청문 시한을 넘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