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래하는 위기, 경제인 사면을 고려하자

입력
2022.04.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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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비의 날갯짓이 아니라 독수리의 날갯짓으로 세계 경제에 거센 파도를 형성하고 있다. '유럽의 빵 바구니'로 일컬어지는 우크라이나가 밀을 생산하기 어려운 상태가 됐고, 해바라기씨 기름 생산도 차질이 발생하자 대체재 가격까지 오르고 있다. 그 여파로 해바라기씨 기름의 대체재인 인도네시아의 팜유 가격이 상승하고, 연쇄적으로 라면 등 생산에 사용되는 팜유 가격 상승은 우리 식탁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 산업의 핵심축인 반도체는 대만 TSMC의 파운드리 약진과 함께 세계시장 경쟁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바일 시장에서도 삼성전자 갤럭시S22는 GOS 사태로 어려움을 겪었다. 한류의 성장과 '오징어게임', '기생충'의 수상 소식에도 우리가 기뻐하기 어려운 것은 정작 '오징어게임'도, '킹덤'도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자본에 의한 투자성과라는 점에 있다. 이들 산업이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배터리가 하는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

2년 넘게 이어온 코로나로 인해 체력이 허약해진 우리 경제는 강한 물가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고, 그렇게 되면 결국 기업은 투자위축과 생산량 감소, 이익 감소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올해 우리 기업들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결국은 리더십이 아닐까. 리더가 방향을 잡고 책임지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우리와 같은 기업 경영에 절대적이다. 예를 들어 SK그룹이 적자투성이였던 하이닉스를 인수할 때, 과연 최태원 회장이 아닌 전문경영인들이 그런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전문경영인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최 회장의 그 의사결정이 있었기에 반도체 산업에 진입할 수 있었고, 결국 SK는 내수위주 기업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일을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일을 하지 않으면 당장 문제는 안 생긴다. 일을 하다보면 늘 실수 위험이 따른다. 그런 실수에 대해선 기회를 줘야 한다. 경제인들은 세계시장에서 늘 전쟁을 하고 있다. 전쟁을 하면서 이기려고 해야 하는데, 지지 않으려고만 해서는 지키기도 어렵다. 요즘처럼 어수선한 국제정세 속에서 각 기업의 최고 지휘관들이 실패를 두려워해 참호에만 머물러 있는다면 더 이상 우리 경제에 미래는 없다. 이들이 싸우고 혁신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그들이 행한 실수에 대한 사면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새 정부는 경제위기를 온몸으로 부딪히며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경제인들이 국가경제에 보답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 현 정부가 새 정부를 위해 그런 도움을 줬으면 한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