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해 “별로 마땅치 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이 실패했다는 윤 당선인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럼 지난 5년간의 평화는 어디로 날아갔나”라고 반박했다. 윤 당선인을 향해 “대통령 모드로 빨리 들어가야 한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26일 이틀째 방송된 손석희 전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속내를 기탄없이 내보였다. 윤 당선인이 추진한 청와대 해체와 집무실 이전에 대해 “어디가 적임지인지 두루 여론 수렴도 해보지 않고, 안보 위기가 가장 고조되는 정권 교체기에 '그냥 (국방부의) 방을 빼라, 거기서 업무를 시작하겠다'는 식의 일 추진은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루라도 청와대에 있지 못하겠다’는 식의 결정과 추진 방식은 참 수긍하기가 어렵다”고도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새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집무실 이전을 1호 국정 과제처럼 추진하는 마당에 신구 권력이 크게 갈등할 수는 없었다”며 “우리 정부는 안보 공백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할 수 있는 협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집무실 이전을 위한 정부 예비비 승인 등이 ‘원하지 않은 협력'이었음을 시사한 것이다.
윤 당선인은 집무실 이전 명분으로 '제왕적 대통령제 해체'를 들었다. 문 대통령 역시 제왕적 대통령의 범주에 넣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제가 제왕적 대통령이었을까. 권한이 있어도 행사를 안 했는데 무슨 제왕인가”라고 반문했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권위주의 유산 속에서 대통령이 초법적 권한을 행사한 것이 제왕적 대통령”이라며 “우리나라는 더 이상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닌데도 왜곡된 프레임이 작동했다”고 답답해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고, 이것이 신구 권력 갈등설을 키운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다음 정부가) 원하는 대로 다 해드릴게요'라고 할 수는 없다”며 “정부 조직이 필요한 이유가 있는데, (윤 당선인이) 잘 알지 못하고 여가부를 폐지하겠다고 하면 ‘맞지 않는 얘기’라고 하는 것이 (현 정권의) 의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이) 막무가내로 정부 조직을 개편하고자 했다면 반대하는 것을 넘어서 기자회견이라도 필요하면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을 비롯해 남북 관계 개선에 힘을 쏟았지만, 북한이 호응하지 않아 기대 만큼의 결실을 얻진 못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현 정부 출범 초기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가 거듭되는 상황에서 한반도 전쟁 위기를 해소하고 대화 국면으로 전환시켰다는 점에서 저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당선인이 대선 기간 ‘대북 선제 타격’ 가능성을 열어 두고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해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고 한 데 대해선 “국방부나 합동참모본부의 발언이면 몰라도 국가 지도자의 발언으로는 적절치 못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이) 북한을 상대해 본 연륜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며 “대통령 모드로 들어가야 한다. 대선후보 시절과 대통령 모드는 달라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 당선인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추가 배치 언급을 놓고도 “오로지 선거용 발언이다. 대통령 모드라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어떤 대통령으로 국민 기억에 남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열심히 했고 고생했다'라고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다”고 했다. 또 "욕심을 부리자면, (지난 5년간 대한민국이) 많은 위기를 겪었음에도 위기를 가장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오히려 선도 국가로 도약하는 데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수 있다면 최고의 영광이겠다"고 했다. "국민들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정말 깊이 감사드린다"는 작별 인사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