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마음' 강조한 정호영 해명… 의혹만 더 키웠다

입력
2022.04.2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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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된 후 2주 동안 해명 자료만 45차례 
공정·이해충돌 논란 때마다 "특혜 없었다"
국회 요구 자료 70%를 '개인정보' 미제출
“자녀들도 공정을 위한 룰과 규칙을 위반한 바 없이,
자신들의 노력을 통해 입학했습니다.
이런 노력이 저 때문에 의심받고 있어,
아버지로서 마음이 아프고 안쓰러운 심정입니다.”
4월 26일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입장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일주일 앞둔 26일 ‘아버지의 마음’을 강조하며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을 해명하고 나섰다. 정 후보자는 지난 10일 지명된 뒤 총 45차례의 해명자료를 냈다. 그는 자신이 경북대병원 고위직에 있을 때 자녀의 의대 편입과 아들의 병역 판정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을 해명했다. 그러나 정 후보자의 해명에도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의혹을 더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후보자가 국회 요구자료의 70%가량을 제출하지 않고 있는 데다, ‘부당한 행위는 없었다’고 단언하기엔 규명돼야 할 사실관계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부모가 의대 교수인 학교에 자녀 모두 편입학 유일

26일 한국일보 취재와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를 종합하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경북대 의대 학사 편입학생 중 부모가 같은 학교 의대 교수인 경우는 정 후보자가 유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 후보자 딸과 아들은 2016년과 2017년 의대 편입 전형에 합격했는데, 정 후보자는 이 시기에 경북대병원 고위직인 진료처장(2014~2017년)과 병원장(2017~2020년)으로 있었다. 정 후보자는 당시 편입 전형 심사위원이 아니란 이유로 ‘기피 신고’를 하지 않았다.

정 후보자는 딸이 의대 편입 뒤 자신의 강의를 수강했는데도, 이를 학교에 알리지 않았다. 정 후보자 딸은 본과 3학년인 2019년 1학기 의료정보학 수업을 들었는데, 이 수업은 정 후보자를 포함해 총 5명의 교수가 담당했다. 경북대 수업관리지침에 따르면, 교원은 자녀가 본인 강의를 수강하면 소속 대학장과 총장 등에게 이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성적 부여 시에도 구체적 성적산출 근거를 학과장에게 제출해야 하고, 학과장은 공정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정 후보자는 이처럼 공정과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되는 사안에 대해 사과보단 ‘특혜는 없었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 후보자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자녀들이 굳이 경북대 의대에 들어갔어야 했는지 여러 논란이 생기는 것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부모가 속한 학교나 회사, 단체 등에 자녀가 들어가는 것에 대한 사회적 규범이 없는 상태였던 지라, 어떤 결정이 올바른 것인지 지금도 판단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아빠가 실세인 병원서 봉사활동 "MEET 앞두고 불가능"

정 후보자의 두 자녀가 편입학 전형 당시 제출한 봉사활동 경력에 대한 의혹도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 두 자녀는 경북대병원에서 2016년 겨울방학(1월 11~15일)과 여름방학(7월 25~29일)에 병동에서 하루 7시간씩 일주일 동안 봉사활동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봉사활동 즈음에 두 자녀는 의대 편입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입시를 코앞에 뒀다. 딸과 아들 모두 비(非)의대 출신이기 때문에, 의학적성시험(MEET·미트)을 준비했을 가능성이 높다. 의대 편입생들이 8월 예정인 미트 시험 직전에 일주일씩 봉사활동을 하는 게 상식적이지 않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두 자녀가 처음부터 미트 시험을 준비하지 않았더라도 의혹은 남는다. 극소수 인원만 뽑는 학사편입만 노리며 입시 준비를 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 후보자 측은 개인정보를 이유로 자녀의 미트 시험 응시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의대 편입학원 관계자는 “구술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합격한 사람이 미트 점수가 없다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며 “여름방학 내내 입시 특강이 있는데,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학교를 동시에 지원하지, 특정 학교만 콕 집어 지원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자녀 자원봉사자 출근부 제출했지만 증명에는 한계

정 후보자의 두 자녀가 봉사활동한 장소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온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제출한 2016, 2017년 경북대병원 VMS(사회복지 자원봉사 인증관리) 현황에 따르면, 정 후보자 자녀만 특정 병동에 배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봉사자 334명 중 두 자녀만 303병동과 305병동에서 근무했고, 나머지는 다른 병동에서 근무했다.

정 후보자는 자원봉사자 출근부를 제출했다고 설명했지만, 출근부는 이름을 수기로 적는 방식이라 해당 기간과 장소에서 봉사했다는 점을 증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경북대병원 근무 경력이 있는 한 교수는 “봉사활동을 담당하는 곳이 공공보건의료사업실인데, 2008년 출범 당시 정 후보자가 큰 기여를 했다”며 “처장과 원장이 봉사활동 시간 조정 등을 부탁하면 이를 기록하는 사회복지사도 거절하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두 자녀의 봉사활동 내역을 기입한 직원은 2008년 사업실 출범 당시 정 후보자와 같이 근무한 이력이 있다.

조소진 기자
이정원 기자
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