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잼포인트] '일잘 비법' 소개
<1> 권정현 더뉴그레이 대표, "아저씨를 '패피'로" ②
편집자주
‘일잼 포인트’는 ‘일잼 원정대’에 소개된 인터뷰이들의 ‘일하는 자아’를 분석하고, 이들만의 ‘일잘 비법’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 권정현 대표 '일잼원정대' 인터뷰 읽고 오기 (관련기사 ①)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42612400001215
권정현의 Character 1. 미친 효율의 멀티태스커
일터에서 권정현(33) 더뉴그레이 대표는 매 순간 자신을 ‘최대치의 용량’으로 굴립니다.
입으로는 시니어 모델들에게 포즈 코칭을 하면서, 손으로는 고객사 직원에게 콘텐츠 시안을 전송합니다. 또 귀로는 직원들이 전해오는 전달 사항을 듣고 있죠. 눈과 손과 귀, 입이 다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이 기이한 광경 앞에 절로 압도되고 맙니다. 그런가 하면, 촬영이 들어가는 순간엔 무서울 정도로 몰입합니다. “네스프레소 광고, 딱 30분컷으로 갈게요.” 그는 스튜디오에 들어선 지 30분 만에, 진짜로 촬영을 끝내더군요.
How to Point - 뇌를 쪼개 쓰기
미친 효율의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비법, 의식적으로 ‘뇌를 쪼개서’ 사용하기 때문이래요. 고등학교 시절, 수학 교사가 알려준 방법이라고 합니다.
“모의고사 보면, 객관식 마지막 문제인 19번, 20번이 가장 어렵잖아요? 그때 선생님이 ‘그거 당장 풀겠다고 끙끙대지 말고 일단 넘어가라’고 했어요. 다른 문제를 푸는 동안 뇌가 알아서 앞에 봤던 문제의 해결 방법도 찾게 된다고요. 해보니 진짜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5개라 해봅시다. 보통 사람 같으면 순서대로 합니다. 일단 하나 끝내고, 그 담에 다른 것으로 넘어가죠. 반면 정현씨는 각 프로젝트별의 콘셉트와 데드라인을 한꺼번에 머리에 입력합니다. 그리고 다섯 개 프로젝트의 아이디어 구상을 한꺼번에 시작해요. 메뚜기 뛰어다니듯이 A잡고 있다 B로 넘어갔다 하다 보면, 뇌가 종합적으로 환기되면서 갑자기 불현듯 C의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네요. 원래 인간의 뇌는 의식 상태에서 절대로 ‘풀가동’되지 않는다 해요. 그래서 정현씨는 여러 가지를 입력해놓고, 무의식이 함께 답을 찾게 합니다.
권정현의 Character 2. 분야를 넘나드는 제페셜리스트
정현씨는 ‘한마디’로 정의되지 않는 직업인입니다. 영업, 콘텐츠 기획, 스타일링, 촬영과 보정, 영상 편집, 카피라이팅, 로드 매니저 노릇까지 ‘다 혼자’ 해내거든요. ‘제너럴리스트’라고 단정하기엔, 또 각 분야의 일들을 ‘스페셜리스트’ 못지않게 해냅니다. 둘 다를 한데 섞은 ‘제페셜리스트’죠.
여러 분야의 스킬을 다 다룰 줄 알기 때문에, ‘휘뚜루 마뚜루’ 섞는 게 그의 전매특허 강점입니다. 정현씨가 만든 콘텐츠를 보면, 이쪽의 문법과 저쪽의 문법을 균형 감각 있게 섞어 낸 ‘하이브리드’예요. 짧고 가벼운 SNS 콘텐츠이지만, 카피만 보면 레거시 광고 못지않은 카리스마가 있습니다.
How to Point - 발등에 불 떨어뜨리기
그는 ‘발등에 불 떨어뜨려 놓고’ 배우는 스타일이라고 해요. 미리 배워두고 필요할 때 쓰는 게 아니라, 당장 필요할 때마다 ‘닥치는 대로’ 배운대요. 실전에 적용할 생각으로 배워야,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영상 편집 모두 그때 그때 유튜브나 블로그 자료들을 보며 독학했다고 해요.
에이, 학습 능력을 타고 난 거 아니냐고요? 그 영향도 없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어떤 스킬도 ‘전문가’ 수준까지 연마하진 않는대요. 프로 기술자가 되고 싶은 게 아니니, 딱 필요할 정도로만 배우고, 남는 에너지는 또 다른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데 쓰는 거에요. 다양한 형식의 감각을 ‘잘 엮는 것’이 본인에게 주어진 역할인 것을 잘 알기 때문이라네요. 같이 일하는 두명의 동료에게도 매일 말합니다. “뭐 배워야 돼? 나한테 묻지 말고 그냥 해!”
권정현의 Character 3. ‘잡식성’ 콘텐츠 대식가
그는 잡식성 콘텐츠 대식가입니다. 매일 아침 메일함으로 꽂히는 뉴스레터만 수십 통이고요. 유튜브, 틱톡, 인스타를 번갈아 새로고침하며 수문 열리듯 쏟아지는 이미지들을 쫓아 다닙니다. 마케팅, 브랜딩 분야의 유료 콘텐츠도 꼬박꼬박 구독해 보는 한편, 시각적으로 색다른 자극을 주기 위해 전시회도 자주 다녀요. 의미 없이 하는 일은 아니에요. 언젠가 꺼내서 쓸 법한 재료를 수집하는 과정이라 해요. 쪼개 놓은 뇌 구석구석에 참고가 될 만한 레퍼런스를 저장해두는 거죠.
How to Point - 무작정 인풋 쌓기
그는 말합니다. “다종다양한 콘텐츠를 봐야, 색다른 영감을 얻을 수 있고, 그래야 남다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인풋의 양을 무지막지하게 늘렸죠.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어 치우는 먹방 유튜버들을 보면, 위 용량이 큰 데다 소화 능력도 좋잖아요? 정현씨는 ‘콘텐츠 소화 역량’을 높이기 위해 일단 들이 붓기부터 했습니다. 궁금한 분야가 생기면, 책을 10권 이상씩 쌓아놓고 탐독했습니다. 어마무시한 인풋의 자극으로 꾸준히 때려대자, 어느 순간 둑이 무너졌다고 해요. 그만큼, 콘텐츠를 소화할 수 있는 폭과 깊이가 넓어졌죠.
‘센스란 지식의 축적이다.’ 일본의 전설적인 브랜딩 전문가 미즈노 미나부는 책 '센스의 재발견'에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센스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지식의 축적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라고요. 무작위적으로 쌓여 있던 지식끼리 어느 순간 하나의 체계를 이루게 되고, 그게 일종의 감각으로 완성된다는 뜻인데요. 정현씨의 ‘감각’도 이렇게 학습된 거라고 하네요.
권정현의 Character 4. 동반 성장캐
정현씨는 함께 일할 동료를 찾을 때 ‘프로’보다 ‘루키’를 선호합니다. 일의 특성상 포토그래퍼나 영상 기술자들과 협업할 기회가 많은데, ‘주니어’들을 직접 발굴해서 함께 일한다고 해요. 저연차의 커리어 스펙에선 쉽사리 도전하기 힘든 사이즈의 일을 정현씨가 물어다 주면서 ‘함께 성장’하는 거죠. 루키들은 자신이 아직 프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한대요. 아직 업계의 관성에 젖지 않은 만큼 대담하게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기도 하고요.
정현씨는 무리하게 직원의 수를 늘릴 생각도 하지 않는대요. 몸집을 키우는 것보단, 소수의 파트너와 ‘질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언제나 우선순위라고 합니다.
How to Point - 성장은 규모가 아닌 영향력
이런 행보가 가능한 근거는? 정현씨가 추구하는 가치가 ‘규모가 아닌 영향력에서의 성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무턱대고 사업을 불리려 했다 제대로 ‘쓴맛’을 본 경험이 있어요. 크기에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 무리한 선택을 하게 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죠. 오프라인 사업에 욕심을 내지 않고 ‘온라인 콘텐츠’와 ‘인플루언서 양성’에만 공력을 집중하는 것도 그래섭니다.
정현씨가 ‘가장 닮고 싶은 레퍼런스’로 삼는 브랜드는 ‘파타고니아’라고 해요 전세계적으로 팬층이 두터운 저력 있는 브랜드이지만, 의식적으로 규모 팽창을 제어했고 ‘비상장 기업’으로 남았어요. 창업자 이본 쉬나드는 ‘브랜드 이념을 지키고 싶다면, 유지할 수 있는 속도로만 성장하라’고 반복해 말합니다. 실제로 파타고니아는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 옷을 사지 마세요’라는 광고를 낸 적도 있죠. 파타고니아가 일관성 있게 ‘Green’의 가치를 설파해왔듯, 정현씨 역시 ‘Ageless(나이 경계 없음)’의 가치를 알리고 싶대요. 그러기 위해선 당연히, 규모보단 영향력이 중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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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