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학대해도 되는 사회

입력
2022.04.26 20:00
25면

경기 화성시 동탄에서 고양이 수십 마리를 학대한 20대 남성을 강력하게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보도된 영상을 뒤늦게 찾아봤다. 차마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사람들은 공분했다. 인간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 악마의 소행, 괴물 그 자체라며 분노했다. 올해의 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동물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동물학대 이슈로 글을 쓴 적이 여러 번이다. 필자만이 아니다. 이슈가 있을 때마다 동물단체의 목소리도 커졌지만 지금까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웬만한 학대는 이슈가 되지도 못하고 묻힐 만큼 점점 잔혹함의 수위가 높아만 간다. 대체 왜 이렇게 동물학대는 계속될까. 점점 더 사이코패스가 늘어만 가는 걸까? 사람답지 않은 사람이 늘어나는 사회가 되는 건가?

동물학대는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의 문제가 아니다. 동물학대가 반복되는 이유는 '그래도 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동물학대를 해도 괜찮은 사회이기 때문에 동물학대를 하는 것이다. 2010년부터 2020년 사이 검거된 동물보호법 위반 사범은 총 4,358명이었고, 이 가운데 구속된 사람은 고작 5명에 불과하다. 범죄가 발각되는 경우도 적고 잡혀도 법적으로 처벌받는 경우는 더 드물다.

1년 전 '동물 N번방'이라 불린 고어전문 오픈 채팅방 사건이 있었다. 당시에도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당시 청와대 담당 비서관은 엄정한 수사를 약속하는 답변을 달았다. 강력한 처벌은 물론 재발방지를 위해 제도의 개선 교육 및 지도점검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고어전문방 운영자에게 벌금 300만 원이 고작이었다. 이것뿐인가. 2020년 길고양이를 목조르고 바닥에 내리쳐 죽인 20대에게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고 초범'이란 이유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이쯤되면 초등학생도 알겠다. 잘못을 해도 벌 받지 않는다는 걸. 학습한 이들은 점점 더 대범하고 잔혹해진다. 사회에서 경험한 폭력의 용인은 동물학대의 괴물을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현재 동물보호법 최고형은 징역 3년, 벌금 3,000만 원이다. 그러나 한 번도 최고형을 받은 사례가 없다. 수십 마리의 동물을 끔찍하게 살해해도 소액의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고작이다. 사람을 죽여도 징역 3년을 선고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도 그런데 동물의 목숨값은 오죽할까 하는 게 만연한 동물의 생명에 대한 인식이다. 동물이 지금까지 인간의 소유물이거나 목적 대상에 불과한 존재로 인식되어 온 것이 문제다. 하지만, 동물학대는 동물을 학대한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중범죄다.

또, 동물학대와 인간에 대한 학대범죄는 분명 연관성이 있다. 동물학대는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다. 피해자인 동물이 진술능력이 없고, 사후 보호 문제 등이 따라오는 점이 아동학대와도 유사하다. 동물학대와 강력범죄 모두 약자를 지배하고 통제하려는 욕망에서 비롯된다.

미국 연방수사국 FBI는 이 점에 착안해 이미 2015년부터 동물학대 범죄를 반사회적 범죄로 보고, 국가사건보고시스템에 동물학대 항목을 신설해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다. 법원은 동물학대자에게 심리와 정신의학분석, 치료와 상담 교육 등을 받도록 명령한다. 테네시주는 동물학대범 등록법을 통해 동물학대 범죄자의 이름과 사진 등을 웹사이트를 통해 일반에 공개하고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최근 3~4년 사이 동물보호법이 강화됐다. 사회에서 동물을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는 합의에 의한 결과다. 하지만 동물학대범죄는 양형기준이 없다 보니 강화되기 전 판례를 따르고 있다. 선고는 강화된 현재의 법을 따라야 한다. 또한 조속히 양형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탄 학대사건 국민청원은 4월 23일 오후 3시 45분 기준 50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모두 입을 모아 현재 동물학대의 약한 처벌을 지적했다. 그간의 동물학대 사건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아 유사사건이 발생한다는 게 이들의 한목소리다. 이제 가르쳐주자. 함부로 학대하면 큰 벌을 받는 사회라는 것을.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