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493㎞는 틀렸고, 속력 493km/h가 맞다."
얼마 전 방영을 시작한 공중파 드라마의 제목을 두고 "속도 493km가 아닌 속력 493km/h"라는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뇌과학자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와 물리학자 김상욱 경희대 교수 등 인기 과학자들이 나서자 온라인에서 누리꾼들의 반응이 뜨거운 것.
입길에 오른 드라마는 KBS2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너가속)'로 배드민턴 실업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하지만 제목에서 사용한 '속도'라는 표현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 교수는 2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 "속도가 아니라 속력이라 써야 한다는 것은 백 번 양보한다 치더라도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동안 'km/h'로 표기해야 한다고 지적한 사람이 없었다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김 교수도 SNS에서 "물리학자가 보기에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는 '검수완바', '유재서', '알쓸신자'라고 쓰는 것과 비슷하다"며 한 끗 차이로 단어의 뜻이 달라진다는 점을 꼬집었다.
속력과 속도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헷갈리는 개념이다. 둘 다 기본적으로 일정 시간 동안의 물체의 빠르기를 의미하지만 속도는 이동 방향을 포함하고 속력은 포함하지 않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차량이 도로에서 유턴을 했을 때, ①속력은 직선 주행과 유턴 이후 주행의 이동 거리를 총 걸린 시간으로 나누면 된다. 그러나 ②속도 계산은 유턴 이후 차량의 주행 방향이 달라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직선 주행의 이동 거리와 유턴 이후 주행의 이동 거리의 차이를 총 걸린 시간으로 나눠 계산한다.
이를 바탕으로 이해했을 때 논란이 되는 드라마 제목도 속도가 아닌 속력으로, 493km가 아닌 '시속 493km', 혹은 '493km/h'로 고치는 것이 맞다. 누리꾼들은 이에 대해 "잘못된 제목을 볼 때마다 불편하다", "단위가 제대로 안 쓰여 있으니 시속인지 초속인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목을 이해해 보려 노력하는 반응도 있다. "문법에 어긋나더라도 문학적 표현으로 인정하는 시적 허용으로 볼 수 있다"며 너그럽게 생각해야 한다거나 '너에게 가는 것'은 방향성이 있어 속도라고 표현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하기도 했다. "표기에 대해 아무 생각 없다"며 "논쟁거리가 되는 것 자체가 웃기다"는 누리꾼들도 있었다.
한편 너가속을 연출한 조웅 PD는 20일 온라인으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제목을 지은 이유를 밝혔다. 조 PD는 "(493km는) 탄분헝이라는 선수가 친 비공식 스매시 세계 신기록"이라며 "너에게 가는 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은유적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강한 스매시로 유명한 말레이시아의 배드민턴 선수 탄분헝은 일본 사이타마현의 소카시에 위치한 체육관에서 493km/h를 기록하며 2013년 5월 '가장 빠른 배드민턴 스매시' 기네스북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