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주식까지 담보 잡히고… 일론 머스크는 왜 트위터를 노리나?

입력
2022.04.2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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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배경 '표현의 자유' 내세웠지만
줄어드는 SNS 영향력에 위기감
재갈 물리려는 금융당국에 '선전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 트위터 인수를 위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계획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본인의 테슬라 주식을 담보로 내놓으면서까지 인수에 사활을 건 배경을 두고 말들이 많다. SNS를 통한 시장 영향력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머스크와 이를 견제하려는 미국 금융당국의 알력 다툼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22일 외신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는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465억 달러(약 58조 원) 규모의 트위터 인수자금 조달 방안을 신고했다. 절반 이상(255억 달러·32조 원)은 금융기관 대출로 조달할 예정인데, 이 중 절반은 테슬라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이다.

신고서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위터와 협상해 인수를 진행하겠다면서도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식(주식 공개매수)도 배제하지 않았다. 앞서 트위터가 머스크의 인수 제안을 거절하고 경영권 방어에 나섰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 내세웠지만... SEC에 선전포고 성격도

머스크의 표면적인 트위터 인수 명분은 '표현의 자유'다. 기성 언론을 대체하고 뉴미디어 역할을 해야 할 트위터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어, 자신이 주인이 돼 이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머스크는 트위터의 광고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게시글 추천 알고리즘을 공개하는 등 투명성도 강화하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머스크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수년간 머스크의 SNS 발언을 견제해 온 SEC에 대한 선전포고 성격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트위터 경영권을 확보하면 표현의 자유를 명분으로 SEC와의 여론전에서 우위에 설 수 있고, SEC가 트위터를 통해 우회적으로 머스크의 SNS 이용 권한을 제한하는 사태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서다.

실제 머스크는 2011년 트위터 활동을 시작한 이후 SEC와 사사건건 대립했다. 2018년엔 머스크가 "테슬라 주식을 주당 420달러(약 52만 원)에 사들여 비상장사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자금도 확보됐다"는 트윗을 올려 SEC에 증권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시장에 중대한 혼란을 초래했다는 혐의였다. 결국 머스크는 테슬라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고 2,000만 달러(250억 원) 벌금을 내는 조건으로 SEC와 고소 취하에 합의했다.

이후 SEC는 '사전 승인'을 전제로 머스크의 트위터 활동을 허가했지만 머스크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양측의 골은 더 깊어졌다. 머스크는 자신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SEC를 "개자식들(bastards)"이라 칭하고, SEC 인사들은 머스크를 향해 "철 좀 들라"고 일갈하는 지경이다.

트위터로 자본시장 '쥐락펴락'

머스크로서도 트위터 발언 제한은 곧 자신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기에 SEC에 쉽게 밀릴 수 없는 상황이다. 머스크는 그간 트위터를 무기로 세계 자본시장을 좌지우지해왔다.

이날 기준 머스크의 트위터 팔로워(구독자)는 8,280만 명을 넘어섰다. 그는 버락 오바마(1억3,000만 명) 미국 전 대통령, 가수 저스틴 비버(1억1,000만 명) 등에 이어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팔로워 수가 많다. 최근 5년(2017~21년) 동안 1만1,701건의 트윗을 게시했는데, 약 4시간에 한 번 꼴이다.

일각에서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암호화폐의 전진기지’로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머스크는 트위터에 구독 시스템을 도입하고, 구독료를 도지코인 등 암호화폐로 받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위터를 검열없는 오픈플랫폼으로 전환하면서 암호화폐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머스크는 이전에도 테슬라 차량 결제 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를 언급했다가 철회하는 등 논란을 빚은 적이 있어 신뢰도는 떨어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승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