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에 "빅스텝 부활" 예고... 발칵 뒤집힌 금융시장

입력
2022.04.2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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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의장 "5월 0.5%p  금리 인상 논의"
"물가 정점 몰라" 긴축 강도 더 세질라
나스닥 2% 급락... 환율 장중 1240원 돌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이끄는 제롬 파월 의장이 내달 초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예고했다. 세계 경제를 압박하는 인플레이션에 맞서기 위해 연준이 통화 긴축정책에 속도를 낼 것이란 입장도 재확인했다. 연준이 2000년 이후 가장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뜻을 내비치자 뉴욕증시가 일제히 하락하는 등 글로벌 투자심리는 급격하게 악화됐다.

21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5월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안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제로금리 시대 종언을 고한 연준은 내달 3~4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사실상 빅스텝을 기정사실화하며 올해 내내 공격적인 긴축에 나설 뜻을 강조했다. 연준이 빅스텝을 단행한 건 2000년 5월(6.00%→6.50%)이 마지막이다.

이날 파월 의장은 "3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 "연준이 조금 더 빨리 움직이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연준이 올해 남은 6차례 FOMC마다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건 물론, 적어도 2~3차례 빅스텝을 밟을 것이란 시장의 전망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실제로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반영하고 있는 5월 0.5%포인트 인상 확률은 22일 현재 100%에 육박하는 한편, 6월의 경우 한 번에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도 74%에 달한다.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가능성에 금융시장은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날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2.95%까지 올라섰고, 정책금리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2.72%까지 올랐다. 장 초반 테슬라의 '어닝 서프라이즈' 효과에 힘입어 1% 넘는 급등세를 보였던 뉴욕증시는 파월 의장의 '매파 본색'에 장중 상승폭을 모두 반납하면서 3대 지수 모두 1~2%씩 급락세로 마감했다. 로이터통신은 "미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시사하면서 월가의 투심을 악화시켰다"고 보도했다.

22일 코스피도 간밤 뉴욕증시 약세 영향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전날보다 0.86% 하락한 2,704.71에 마감했다. 개인이 8,40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500억 원, 7,000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긴축 우려에 장중 1,240원대를 돌파했던 원·달러 환율은 오후 들어 상승폭을 일부 반납하면서 0.1원 오른 1,239.1원에 마감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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