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윤석열 정부 1기 내각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정국에 돌입한다. 여야 간 공수가 바뀌었고 '대선 연장전' 성격의 6·1 지방선거를 앞둔 터라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격돌이 예상된다. 벌써부터 청문회 전망은 매우 흐리다. 고강도 검증을 벼르던 더불어민주당은 첫 청문 대상인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24일 '부실한 자료 제출'을 이유로 일정 연기를 요구했다.
한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소속 민주당∙정의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양당이 검증과 의혹 규명을 위한 자료를 성실히 제출할 것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한 후보자 측이 국회의 요구를 끝내 거부했다"며 25, 26일로 예정된 청문회 일정 조정을 국민의힘에 요구했다.
인청특위 민주당 간사인 강병원 의원은 "검증에 필수적인 자료가 부재한 상태에서 청문회를 진행한다면, 국민이 국회에 위임해준 검증 권한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며 "이 상태로 참여하는 것은 허술한 검증의 들러리를 서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인청특위 위원 13명 중 8명을 차지하는 이들이 사실상 불참을 선언한 것이다.
인청특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과거보다 3, 4배 많은 자료를, 더욱이 구할 수 없는 자료를 요청하며 '자료 제출이 불성실하니 청문회를 못 하겠다'고 한다"며 "법이 정한 청문기한(26일)을 준수하라"고 맞받았다. 여야가 새 정부 1기 내각에 대한 청문회가 열리기 전부터 충돌하면서 이날까지 확정된 장관 후보자 8명에 대한 청문회 일정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민주당이 첫 타자인 한 후보자를 향해 거친 공세에 나선 데에는 청문정국에서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도가 짙다. '편중 인사'라는 평가를 받은 새 정부 1기 내각에 대한 여론의 평가가 좋지 않은 데다, 총리 후보자는 국회 본회의 인준이 필요한 만큼 다른 장관 후보자 낙마와 연계한 전략인 셈이다. 민주당이 국회 검증을 거친 전직 총리 출신인 한 후보자를 '낙마 대상'에 올려둔 이유다.
한 후보자에 대해선 전관예우·이해충돌 의혹을 고리로 검증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공직 은퇴 후 거액의 보수를 받고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활동한 점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외국계 기업에 대한 고액 임대료, 한 후보자 부인의 미술품 판매 과정도 따져보겠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아빠 찬스'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도 유력한 낙마 대상이다. 두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 과정에서 경북대병원 고위직에 있었던 정 후보자가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시 딸의 풀브라이트 재단 장학금 수령 과정에서 '아빠 찬스' 의혹이 제기됐다. 현 정부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 과정에서 제기된 '공정' 논란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혹독한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후보자 지명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편법 증여, 부인의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됐지만, 그보다는 윤 당선인의 '권력 사유화'에 초점을 두고 집중 공략할 예정이다.
여야가 이처럼 양보 없는 싸움을 예고하는 데는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선 제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추진 과정에서 제기된 '입법 독주' 비판을 인사검증을 통해 만회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다음달 출범하는 새 정부의 국정동력 확보를 위해 민주당의 공세를 최대한 막아내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