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코로나19 특수'를 타고 급팽창했던 배달 시장에 균열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거리두기 완화로 성장세가 예전같지 않은 데다, 최근 물가와 유류비 인상 등까지 겹치며 배달앱은 물론, 자영업자 배달원 소비자 모두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일부 자영업자는 배달앱 보이콧 움직임까지 보이지만, 시장 전체가 이미 독과점 배달앱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돼 큰 변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21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자영업자들은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을 대상으로 집단행동을 검토 중이다. 여기에 자영업연대를 중심으로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휴게음식업중앙회 등도 힘을 보태기로 한 상태다. 이들은 배달의민족의 단건 배달비 인상과 새 광고 상품에 항의하기 위해 △서비스 집단 탈퇴 △집회 및 기자회견 △집단소송 등을 준비하고 있다.
2019년 9조7,000억 원 수준이던 온라인 음식 서비스(배달) 거래액은 지난해 25조 7,000억 원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커지자 배달앱들은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가맹점 대상 수수료 할인정책을 2년 넘게 유지했다. 배달원 유치를 위해 프로모션 명목으로 웃돈을 얹어줬고, 각종 할인 쿠폰과 행사로 소비자도 대거 유인했다. 그 결과, 지난해 우아한형제들은 매출 2조 원을 넘기고도 756억 원의 역대 최대 영업손실을 냈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가 엔데믹 국면으로 접어들고 '집콕' 문화가 옅어지면서 배달앱들은 서서히 그간의 자세를 바꾸고 있다. '출혈 적자'에도 미뤄왔던 수수료율 인상을 최근 단행한 것이 갈등 폭발의 촉매가 됐다. 쿠팡이츠는 올해 2월 초, 배민1은 지난달 말 수수료 체계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꾸고 배달비를 높였다. 최근 배달의민족이 수익성 개선 일환으로 출시한 '우리가게클릭'이라는 광고 상품은 자영업자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현재 배달앱 가맹점주의 가장 큰 불만은 최근 개편된 배민1의 수수료 정책이다. 단건배달을 하는 배민1의 경우, 배달기사를 직접 섭외해 가게와 연결해주고 배달비를 받는다. 하지만 이 배달비가 해당 업장의 매출로 잡히는 게 갈등 요인이다. 경기 고양시 음식점주 A씨는 "실제 쥐는 돈은 얼마 안 되는데, 매출만 높게 잡혀 세금만 많이 내게 된다"며 "사실상 배달의민족이 자영업자에게 세금 부담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배달기사의 수익이 높아진 것도 아니다. 지난겨울과 비교하면 피크 시간대 요금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배달원 수는 늘었는데, 배달 건수는 줄면서 '몸값'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배달대행 업체는 연초 올렸던 대행비를 다시 깎아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경기 성남시 자영업자 B씨는 "수요가 몰릴 때는 배달비를 더 받아가는 게 맞지만, 수요가 적을 때도 배달앱이 배달비를 계속 유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배달의민족이 수수료나 광고 정책을 수정하면 해결될 문제도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갈등 구조의 근원에는 배달앱 독과점 구조가 있기 때문이다. 수수료가 저렴한 '땡겨요'나 '배달특급' 등 배달앱도 있긴 하지만, 소비자 선호도가 낮아 자영업자가 대안으로 삼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때문에 일부 지역에선 협동조합 등을 결성해 배달앱에 대항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올해 2월 경기 성남시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형성된 '굿딜리버리 협동조합'은 다른 지역과 연대해 상생 방안을 찾고 있다. 중소 배달업체 간 연합으로 탄생한 '한국배달대행연합'도 최근 설립됐다.
최영조 굿딜리버리협동조합 이사장은 "궁극적인 목표는 주문 플랫폼을 만들어 배달의민족, 쿠팡이츠와 수수료 경쟁을 하는 것"이라며 "현재 40여 명의 조합원이 매장을 이용하고 있는데, 배달앱에 의존할 때와 비교하면 한 달 40만~50만 원을 아끼고 있다"고 전했다. 정태식 한국배달대행연합 이사는 "작은 회사끼리 뭉쳐 전국적으로 연대하면 자생적으로 생존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