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1일 서울시장 후보 공천에서 송영길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을 배제(컷오프)하기로 한 전략공천관리위원회(전략위) 결정을 철회했다. 전략위 결정을 두고 분출된 계파 간 정면충돌 국면은 피한 셈이지만, 6·1 지방선거 공천을 '인적 쇄신'을 계기로 삼으려 했던 취지는 퇴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송 전 대표와 박 의원에 대한 배제 없이 22일까지 추가 출마자를 찾아 이들을 '100% 여론조사 국민경선'에 부쳐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권리당원 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각각 50%씩 반영하는 기존 방식에 수정을 가해 '당심'보다 '민심'을 더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후보들 외에 중도층에 소구할 수 있는 당내 인사나 외부 인재에게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체급이 작은 후보들이 사전 단일화 작업 없이 완주할 수 있도록 결선투표도 도입하기로 했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22일까지 출마 의사를 굳히지 않고 있는 인사들을 만나 경선 참여를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당 안팎에선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비대위 결정으로 송 전 대표와 박 의원에 대한 컷오프는 이틀 만에 없던 일이 됐다. 공천 기준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고, 이를 명분 삼아 잠재돼 있던 계파갈등의 뇌관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대선 패배 책임을 들어 송 전 대표를 컷오프시켰으나, 가장 큰 패배 원인인 부동산 실정의 책임이 있는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충북지사 후보로 단수 공천하면서다. 송 전 대표가 전략위의 컷오프 결정에 "사실상 이재명 전 대선후보의 정치 복귀를 반대하는 선제 타격의 의미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친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 간 갈등을 촉발시켰다. 당 쇄신과 지방선거 승리라는 과제를 짊어진 비대위 지도부로선 당내 권력투쟁으로 번질 수 있는 이번 갈등을 서둘러 봉합한 것이다.
다만 이번 결정이 새 얼굴의 참여를 이끌지는 미지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대선에서 패한 민주당으로선 판 자체가 불리하기 때문이다. 폭발력 있는 외부인사가 아니라면 신인이 출마를 준비할 시간도 촉박하다.
후보군으로 꼽혀온 인사들이 출마에 소극적인 입장을 밝힌 배경이기도 하다. 이낙연 전 대표는 앞서 "서울시장 출마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경선을 할 이유가 없다"며 "출마 가능성은 0.01%도 없다"고 했다. 전날 박영선 전 장관과 윤 비대위원장의 만남이 불발된 것도 서울을 전략공천지역에서 경선지역으로 가닥을 잡은 게 이유가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송 전 대표의 출마 명분에 대한 논란도 이어질 수 있다. 송 전 대표는 대선기간 '86용퇴론'을 주장하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대선 직후 패배 책임을 들어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그러나 송 전 대표가 대선이 끝난 지 두 달도 안 돼 지방선거의 전면에 나서는 것은 본인뿐 아니라 당의 쇄신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다수다. 서울을 지역구로 둔 한 민주당 의원은 "물러난다고 하더니 다시 나오는 그림은 서울시민들이 보이기에도 납득하기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