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팜유 생산국이면서도 식용유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수수께끼가 풀렸다. 정부의 '선(先) 내수 공급, 후(後) 수출' 정책을 업자들과 유착한 고위 공무원이 무너뜨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통령까지 격노, 추가 수사를 통해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한다는 계획이다.
21일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사법당국은 전날 산업자원부 통상교섭본부 대외무역국장 A씨와 팜유 수출기업 임원 3명을 식용유 품귀 현상을 일으킨 주범으로 지목했다. 당국은 "팜유 수출입 관련 서류 600여 건을 전수 확인하고 수출입 관계자 19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대량의 팜유를 불법 수출한 것을 확인했다"며 "정확한 범죄 규모를 파악하고 공범 및 유사 사건이 있는지 추가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A국장 등은 수출허가증을 허위로 만들어 대량의 팜유를 해외로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식용유가 부족해 가격이 급등하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1월 전체 물량의 20%를 내수용으로 공급한 업체에 한해 팜유 수출을 허가하기로 결정했는데, 공무원이 개입해 이를 무력화한 셈이다. 소식을 들은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격분했다. 그는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식용유의 정상적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의아했다"며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들은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인도네시아인들은 나시고랭(볶음밥) 등 볶거나 튀긴 요리를 주식으로 삼고 있어 식용유는 중요 생필품 중 하나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팜유 국제 거래가격이 급등하자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업자들은 내수용 팜유까지 해외에 팔기 시작했다. 내수용 품귀 현상으로 국내 가격 역시 뛰어올랐고, 민심이 들끓었다.
결국 정부는 팜유 내수 의무 공급제 및 가격상한제를 실시하는 등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했으나, 식용유 품귀 현상은 해소되지 않았다. 정부는 18일 기존 규제를 철폐하고 팜유 수출세를 80% 인상하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수출보다 내수시장에 물건을 파는 것이 더 이익이 되도록 판을 바꾼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