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오미크론' 시대, 가장 큰 관심사는 다음 변이, 다음 유행이 언제쯤 밀어닥칠까다. 이르면 6월 초에 코로나19 신종 변이가 등장하고 1,000만 명을 넘는 중규모 수준 유행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20일 질병관리청 등이 주최한 '과학 방역을 위한 빅데이터 활용 심포지엄'에서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가 제시한 시나리오다.
정 교수는 하루 10만 명대 확진자가 쏟아지는 현 상황을 '하이퍼 엔데믹'이라 불렀다. 엔데믹(풍토병)이긴 한데 유행세가 상당히 크고, 여기서 새로운 변이까지 따라붙으면 에피데믹(국지적 감염병)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란 의미다.
그는 새로운 변이의 등장 시점을 6월 초에서 7월쯤으로 예상했다. 의외로 빠른 시점이다. 정 교수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우세종이 바뀌는 주기는 10~14주였고, 스텔스 오미크론이 이달 초 우세종이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 변이는 그 즈음 등장해서 빠르게 퍼져나갈 것"이라 말했다.
변이는 새로 나온 변이일수록 백신을 통해서든, 감염을 통해서든 얻어진 기존 면역을 더 잘 피한다. 정 교수는 "알파에서 델타로 넘어갈 때는 25%가량의 면역 회피 효과가 있었고, 델타에서 오미크론 때는 약 50% 정도 증가했다"며 "이를 근거로 추정해보면 새 변이 유행 때는 약 1,000만~2,000만 명 정도의 중규모 유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변이는 변이를 거듭할수록 더 잘 퍼져나가는 대신 더 약해진다. 이 때문에 정 교수는 "다음 변이 유행을 잘 대비한다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도입하지 않고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마음 놓을 일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면역은 떨어지게 마련이고, 신종 변이를 얼마나 더 빨리 찾아낼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이미 여러 차례에 걸친 백신 접종으로 인한 '백신 피로감'이다. 새 변이가 유행할 경우 추가 접종은 불가피하지만, 고령층 위주의 4차 백신 접종률은 제자리 걸음 중이다. 정 교수는 정부가 적극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령,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심혈관계 합병증 발생률을 50% 정도 줄일 수 있는데, 이런 데이터를 가지고 국민들에게 백신 접종을 설득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은옥 건국대 수학과 교수도 "국민들이 백신을 맞지 않으려는 '백신 주저' 현상은 유행의 최대치를 5~20% 증가시킬 수 있다"며 "재유행 시기는 올해 11월부터, 이로 인한 사망자 규모는 약 700~2,700명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