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장애인 관련 정책에 반발해 서울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하기로 했다. 21일 출근길엔 서울지하철 2·3·5호선에서 전장연 시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전장연은 "21일 오전 7시부터 2호선 시청역, 3호선 경복궁역, 5호선 광화문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시다' 시위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장연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일인 다음달 10일까지 시위를 계속하기로 했다. 서울지하철 3개 노선이 동시에 대상이 된 것은 전장연이 지난해 말 탑승 시위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이들이 다시 지하철역으로 나서겠다고 결정한 것은 19일 인수위가 발표한 장애인 정책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계속했던 전장연은 지난달 30일 시위를 잠시 멈추고 장애인의 날인 20일까지 인수위 답변을 기다려 왔다.
전장연은 "인수위 정책이 장애인의 기본적 시민권을 보장하기엔 너무나 동떨어지고 추상적이다"고 비판했다. 이번에 인수위가 약속한 것은 장애인 개인예산제였다. 정해진 예산 안에서 장애인이 각자 원하는 복지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또한 인수위는 내년부터 시내버스를 저상버스로 의무 교체하고, 단순 작업 위주의 장애인 고용을 개선하기 위해 디지털 훈련센터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전장연은 개인예산제가 아니라 장애인 권리예산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권리예산은 개인에 따라 선택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권리 전반에 관한 예산을 늘리는 것이다. 지금처럼 장애인 복지 인프라가 미비한 경우 개인예산제를 도입해 봐야 별다른 효용을 누릴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전장연은 "개인예산제를 시행하는 나라들은 장애인 관련 예산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상이지만, 정작 한국은 관련 예산이 꼴찌 수준"이라며 "인수위가 약속한 저상버스 교체 역시 교통약자법 개정으로 이미 예고된 내용"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한 장애인을 집단 거주시설에서 내보내 지역사회에서 살도록 지원하는 '탈시설' 관련 예산이 인수위 답변에서 언급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지하철 시위 재개에 대해 인수위는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예산을 확정하거나 넣는 것은 새 정부의 일이어서 인수위가 할 수 있는 영역 밖의 일도 있다"고 답했다.
전장연의 공식 시위 재개일은 21일이지만, 지하철 단체 탑승은 20일부터 시작됐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장애인의 날 행사에 참석한 회원들이 지하철을 이용해 경복궁역과 시청역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다만 퇴근 시간대가 지난 오후 7시 30분 이후부터 열차에 탑승해 심각한 운행 지연이나 마찰은 발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