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 메이저 카길은 자체 위성, 우린 2025년 발사

입력
2022.04.20 16: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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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습니다. 박일근 논설위원이 살아 숨쉬는 우리 경제의 산업 현장과 부동산 시장을 직접 찾아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보다 뛰어난 정보력을 가진 곳, 자체 인공위성으로 전 세계를 매일 모니터링하는 곳, 새우가 밥(사료) 먹는 소리까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하는 곳’, 전 세계 곡물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카길(Cargill)을 수식하는 말들이다. 기후 변화와 코로나, 우크라이나발 글로벌 식량 위기 속에서 ADM(미국) 벙기(Bunge, 브라질) 카길(미국) 루이 드레퓌스(LDC, 프랑스) 등 소위 ABCD 4대 곡물 메이저는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어 주목된다.

20일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카길의 주주 제임스 카길과 오스틴 카길, 마리안 리브만은 최근 세계 500대 부자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이 보유한 카길 지분 가치가 각각 53억 달러(약 6조5,000억 원)로, 올해 들어 20%나 늘어난 덕이다. 창업자의 증손녀인 폴린 키나스와 또 다른 주주인 궤덜린 손팀 마이어는 이미 500대 부호 명단에 올라 있었다. 카길은 창업자 자손 20여 명이 지분 87%를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사다.

ADM의 주가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30% 이상 올랐다. 1년 전 70달러대였던 벙기 주가는 최근 13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루이 드레퓌스도 지난해 이익이 80% 이상 증가했다.

4대 메이저는 글로벌 곡물 교역량의 80% 가까이를 맡고 있다. 곡창지대에서 생산 농가와 독점 계약을 하고 종자와 비료를 공급한 뒤 글로벌 유통망을 통해 운송 판매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싸게 사들여 비싼 곳에 파는 식이다. 곡물 선물 시장은 물론 사료를 통해 육류 시장까지 간접 통제하고 있다. 이 중 1865년 미국 아이오와주의 한 곡물 창고로 출발한 카길의 지난해 순이익은 50억 달러(약 6조 원)로 알려졌다. 70개국 15만5,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카길은 스스로를 “세계의 풍요로운 성장을 돕기 위해 많은 시장과 산업에 걸쳐 매일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우리나라는 연간 2,300만 톤의 곡물 수요량 중 1,600만 톤을 해외에서 들여온다. 대부분이 4대 곡물 메이저와 일본 종합상사를 거쳐 수입된다. 이러한 구조를 타개하기 위해 10여 년 전 ‘한국판 카길’을 만들자는 시도가 있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삼성물산, 한진, STX가 공동출자한 ‘aT그레인컴퍼니’다. 그러나 3년 만에 청산됐다. 곡물 운반용 엘리베이터과 터미널 등 이미 수송과 유통 인프라를 장악한 4대 메이저 사이를 뚫고 들어갈 틈은 없었다. 그럼에도 전 세계의 식탁을 지배하고 있는 초국적 농식품복합체로부터 우리의 밥상과 식량 안보, 식량 주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멈춰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 주문이다. 우리나라는 2025년에야 농업용 중형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박일근 논설위원